지난 30일 4대 과학기술원이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서 과기원들은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실상 공공기관의 해제로 큰 이득을 보는 곳은 카이스트(KAIST)로, 카이스트와 다른 과기원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과학기술계는 보고 있다. 이번 공공기관 해제를 계기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을 통폐합해 정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 해제는 4대 과기원(카이스트·유니스트·지스트·디지스트)의 오랜 숙원이었다. 2007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교육·연구기관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으로서의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공공기관의 총액인건비제한 때문에 일명 ‘스타 과학자’를 영입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다. 예컨대 높은 연봉의 해외 석학을 임용하면 다른 교수들의 연봉을 깎아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국립 서울대의 경우도 공공기관의 지위가 아니어서 4대 과기원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카이스트와 다른 과기원 격차 벌어지나
이번 공공기관 해제로 4대 과기원은 고객만족도 조사와 경영 공시 등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핵심은 인재 영입의 효율성과 유연성이 강화됐다. 하지만 공공기관 해제로 카이스트가 가장 큰 이득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공공기관 해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카이스트로 알려졌다.
카이스트와 다른 과기원들의 격차는 이미 크다.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의 수와 규모에서 비롯된다. 4대 과기원에 따르면, 카이스트는 교수가 600여명이지만 유니스트는 400여명, 지스트는 200여명, 디지스트 140여명이다. 발전기금은 더 큰 차이가 난다. 카이스트는 4900억원이지만 다른 과기원은 100억원 수준이다. 과학기술계가 앞으로 카이스트와 다른 과기원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한 과기원 관계자는 “우리는 카이스트처럼 수십억 주고 데리고 올 돈이 없으니 공공기관 해제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4대 과기원 통폐합론 솔솔
이번 공공기관 해제를 계기로 과학기술특성화대학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대 과기원은 대전(카이스트)과 울산(유니스트), 대구(디지스트), 광주(지스트)에 흩어져 있다. 한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과기원은 지역균형과 각 지역의 이익을 위해 공항 짓듯 뿌려져 있다”며 “국가의 과기원이 아닌 지역의 과기원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카이스트를 제외하면 다른 과기원들의 규모가 작다 보니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국회에서도 계속해서 과기원 통폐합 이야기가 나왔었다. 하나로 뭉쳐 관리하고 각 지역 캠퍼스로 운영하는 식이다. 10개의 캠퍼스를 운영하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대학교(UC)의 모델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2019년 통합 이야기가 나오면서 공동사무국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도 2021년 국감에서 과기원 통합을 묻는 질의에 “국제적으로 나가려면 규모 키워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과기계 관계자는 “글로벌에 비해 한국의 과기원은 규모도 작고 미비한점이 많다”며 “미국 UC도 한 이름으로 캠퍼스를 운영해 브랜드 경쟁력을 가지고 있듯이 이번 기회에 과학기술특성화대의 통폐합을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