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타트업 ‘리주버네이트 바이오’가 생쥐에게 재프로그래밍 유전자를 투여한 실험에서 수명 연장 가능성이 확인됐다. photo 게티이미지

나이가 들수록 노화돼가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지 않아 신체의 여러 기관 시스템과 네트워크가 고장나기 때문이다. 이는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세포 재프로그래밍이라는 방식을 통해 늙은 생쥐의 수명을 연장한 실험이 성공해 수명 연장을 원하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기술은 노화가 불가피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 77살에 해당하는 생쥐 수명 두 배로

우리 몸의 기본 단위는 세포다. 사람은 주기적으로 세포분열을 통해 생명을 유지한다. 하지만 노화는 세포가 분열할 수 있는 능력을 감퇴시킨다. 노화는 DNA에 있는 유전자에 여러 유형의 돌연변이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면서 축적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에 담긴 정보가 이렇게 다른 것으로 바뀌면, 세포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지 못해 제 기능을 잃게 된다. 마치 오래 사용한 DVD 표면이 긁혀 자국들이 많이 생긴 결과 담긴 디지털 정보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노화는 질병이 아니지만 세포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 질병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노화의 원인을 밝히려는 연구를 계속해왔다. 또 반대로 노화를 멈추거나 역전되는 청춘요법을 알아내기 위해 지금까지도 노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노화 세포를 재(再)프로그래밍하면 젊은 상태로 되돌려진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팀이 등장했다. 미국의 스타트업 ‘리주버네이트 바이오(Rejubenate Bio)’가 그 주인공이다.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재프로그래밍 유전자를 투여한 실험에서 수명 연장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 내용은 사전 공유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됐다.

재프로그래밍이란 노화된 세포에 재프그래밍 인자들을 집어넣어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한마디로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과정이다. 완전한 원시상태의 배아줄기세포 단계가 아닌 중간 단계로 되돌려 세포의 특수 기능은 유지하면서 노화 시계를 되돌리는 것이다. 아주 오래된 세포도 젊게 작용하는 줄기세포로 변한다.

연구팀은 잔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124주 차 된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만 3개의 재프로그래밍 유전자를 주사했다. 사람으로 치면 77살에 해당하는 생쥐들이다. 그 결과 재프로그래밍 유전자 치료를 받은 생쥐들은 수명이 2배로 늘어났다. 이들 생쥐는 평균 18주를 더 산 반면 재프로그래밍 유전자 약물주사를 맞지 않은 대조군 쥐는 9주 만에 죽었다. 생쥐는 이미 124주였으므로 수명이 7%만 증가한 셈이다.

리주버네이트 바이오의 최고과학책임자(CSO) 노라 데이비슨은 이러한 연구 결과에 대해 동물의 나이 역전을 입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들의 연구는 고령층에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목적에서 시작했는데, 세포 재프그래밍이라는 강력한 기술이 유전자 발현 네트워크를 최적의 기능으로 되돌리면서 노화가 수명과 건강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노화를 예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부분적 재프로그래밍이 노화 관련 질병의 역전뿐 아니라 수명 연장의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가 검증되려면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연구팀의 검증 과정에서 긍정적인 메시지가 나온다면 사람에게 이 기술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사람의 유전자를 재프로그래밍해 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한다면, 그래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위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면 그 가치는 엄청 높아질 수밖에 없다. 생명 연장에 돈을 아낄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반면 세포 재프로그래밍 기술을 실제로 노화 방지에 활용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강한 독성으로 실험동물이 죽거나 암세포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장기간 치료하면 암을 유발하지 않고 동물의 조직에 상당한 회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발견했다며 치료 시간이 길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구팀의 추가 연구로 노화를 되돌리는 치료가 곧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스타트업 ‘리주버네이트 바이오’. photo 트위터

2012년 노벨상 탄 야마나카 연구가 기반

세포 재프로그래밍은 일본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그는 2006년 생쥐의 피부세포에 4개의 특정 유전자(Oct4, Sox2, c-Myc, Klf4)를 주입해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성숙한 세포가 분화 가능한 미성숙 세포로 바뀌도록 재프로그래밍할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이 공로로 그는 2012년 노벨상을 받았다.

리주버네이트 바이오 연구팀의 연구는 바로 야마나카 교수가 세포 역분화에 쓴 유전자 요인을 적용했다. 이전의 연구들이 일반적으로 줄기세포로 되돌리지 않고 유전자 변형을 되돌리는 데 의존했다면, 이들의 연구는 임상 승인을 받은 유전자 치료 방식인 용도 변경된 바이러스를 사용하여 동물의 세포에 인자를 전달했다.

한편 지난 1월 12일 국제학술지 ‘셀’에는 이번 연구팀과 비슷한 접근 방식으로 늙은 생쥐의 잃은 시력을 되찾은 미국 하버드대 의대 데이비드 싱크레어 교수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팀은 후성유전학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후성유전학은 염기서열 이외에 DNA에 일어나는 부분적인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염기서열에는 변화를 주지 않고도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즉 유전체 발현을 켜고 끌 수 있다는 개념이다.

연구팀은 효소 유전자를 주입해 5개월 된 어린 생쥐의 DNA를 절단했다. DNA의 이중나선이 끊긴 변이 생쥐는 이후 몇 주 만에 16개월의 중년 생쥐처럼 나이가 들어버렸다. 뇌, 눈, 근육, 피부, 신장 조직 등도 모두 노화되었다. 이때 야마나카 교수가 사용했던 재프로그래밍 유전자 중 3개(Oct4, Sox2, Klf4)를 늙어버린 생쥐에 주입했다. 유전자 정보를 읽어들였던 젊은 세포의 능력을 복원하기 위해 스위치를 재부팅한 것이다. 실험 결과 생쥐는 시력과 뇌, 근육, 신장 세포 모두 회복되었다. 생쥐의 나이도 5개월이던 상태로 다시 젊어졌다.

연구팀은 또 같은 방법으로 80세에 해당하는 생쥐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도 성공했다. 후성유전체를 조절해 노화를 앞당기거나 젊어지게 할 수도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