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규 원자력연구원장은 지난 5일 인터뷰에서“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개발과 같은 기술 연구도 열심히 하겠지만 원자력 정책 제안 역할을 확대하고 국민에게 올바른 원자력 지식을 알리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한국형 소형 모듈원전(SMR) 스마트(SMART)를 임기 3년 내에 최소 2기 수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주한규(61) 신임 원자력연구원장은 지난 5일 인터뷰에서 SMR 연구·개발 청사진을 밝히며 이 같은 수출 목표를 말했다. 스마트는 원자력연구원이 1997년부터 개발해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 설계인가를 받은 전기 출력 110㎿(메가와트)급 소형 원전이다.

작년 12월 14일 취임한 주한규 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을 비판해온 원자력 전문가다. 1986년부터 14년간 원자력연구원에서 일한 뒤 2004년부터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18년 만에 원자력연구원 원장으로 돌아온 그는 “탈원전 때문에 미뤄졌던 미래 지향적이고 진취적인 선진 원자로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기업 투자 유치해 SMR 개발

주 원장은 지난 정권에서 원자력연구원이 미래를 대비한 원자로 개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을 안전하게 하는 기술과 원전 해체, 사용후핵연료에만 연구가 집중됐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원자력연구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이 증가한 데 대해 주 원장은 “경주 분원 조성 같은 건설 사업 예산이 늘며 외형적으로 증가한 것일 뿐 순수 원자로 개발 예산은 줄어들었다”고 했다.

주 원장은 한국형 SMR인 스마트의 수출을 임기 중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크기가 대형 원전의 10분의 1에 불과한 스마트는 모듈 형태여서 건설 기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안전성도 뛰어나다. 현재 원자력연구원은 캐나다에 스마트를 수출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주 원장은 “오지에 있는 원유 채굴장에 설치하면 1년 동안 아무런 연료 공급 없이 가동할 수 있고 기존 방식보다 가격 경쟁력도 있다”며 “캐나다의 경우 100기 정도가 필요하다는데 스마트에 관심이 많은 중동과 동남아로도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 원장은 “경제성과 안전성을 개선하고 건설 기간도 줄인 혁신형 SMR(iSMR) 개발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정책 수립 주도적 역할 할 것”

주 원장은 또 다양한 방식의 SMR을 용도에 맞게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예컨대 SMR의 하나인 초고온가스로(VHTR)는 에너지 발전뿐 아니라 수소 생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주 원장은 “정부 예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SMR에 관심이 많은 민간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해 기술 개발에 나설 것”이라며 “도면 위의 원전이 아닌 실물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소듐냉각고속로(SFR)나 용융염원자로(MSR)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선박이나 우주선에 실을 수 있는 초소형 원전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주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3D프린팅, AI(인공지능), 로봇, 양자컴퓨터 등 다양한 원자력 연구도 할 것”이라고 했다.

주 원장은 이 같은 하드웨어 분야 연구에 더해 “원자력 정책 수립과 국민 원자력 의식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존 원장 직속 미래전략본부를 원자력진흥전략본부(가칭)로 개편한다. 지금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적절히 배분하는 에너지믹스(전원 구성)를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맡고 있지만, 이제는 원자력연구원도 주도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주 원장은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원자력 교육 등 올바른 원자력 지식 확산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스마트(SMART)

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원자력연구원이 1997년부터 개발해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 설계 인가를 받은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SMR). 하나의 용기 안에 모든 장비를 다 집어넣은 일체형으로 대형 원전보다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전기 출력은 대형 원전의 약 10분의 1 수준인 110MW(메가와트).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2022년 12월 원장 취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석사, 미 퍼듀대 박사

―원자력연 책임연구원,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 원전수출전략추진위원

―미 원자력학회 펠로자료=한국원자력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