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소행성 ‘2022 RM4′가 지구에서 230만㎞ 떨어진 우주 공간을 지나갔다. 이 소행성의 지름은 740m로 뉴욕 자유의 여신상(지면~횃불 끝까지 93m)의 8배나 된다. 이 정도 규모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대륙이 초토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급격한 기상이변을 초래한다. 최근 새롭게 발견된 소행성 ‘2022 AP7′도 지름이 1.5㎞에 달해 행성 킬러(planet killer)로 불린다.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배경이다.

◇지구 위협 소행성 2300개 감시

지난달 27일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 상단의 소행성 목록이 눈에 띄었다. ‘소행성 101955베누(Bennu), 예상 접근 기간 2175~2199년, 크기(지름) 490m, 충돌 확률 0.037%’. 이렇게 충돌 확률과 크기 등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1999년에 발견된 소행성 ‘101955베누’도 지름이 490m에 달해 지구에 위협적인 소행성이다. 이는 인류 최초 지구 방위 실험으로 불리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다트(DART·쌍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 프로젝트가 본격화된 계기로도 꼽힌다.

국가가 지정한 우주환경감시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은 지난 9월 다트 우주선과 충돌한 소행성 디모르포스에서 먼지가 분출되는 장면을 포착했다. 천문연의 우주 물체 전자광학 감시 시스템(OWL-Net·아울넷) 3호기가 소행성 충돌 순간을 관측한 덕분이었다. 몽골·모로코·이스라엘·미국·한국 등 5곳에 광학망원경을 설치한 아울넷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물체 무인(無人) 감시 시스템이다. 인공위성, 소행성, 우주 잔해물 등을 관측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주 물체는 자연 우주 물체와 인공 우주 물체로 분류한다. 소행성이나 혜성처럼 우주 공간에서 생성된 천체가 자연 우주 물체이고, 인공위성이나 발사체 등이 인공 우주 물체다.

천문연이 감시 중인 자연 우주 물체는 지구 궤도와 가까운 ‘근지구 소행성(NEA·Near-Earth Asteroid)’이다. 이 가운데 지름 140m 이상으로 파괴력이 큰 소행성을 ‘지구 위협 소행성(PHA)’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발견된 PHA가 2300개(이하 11월 1일 기준)에 이른다. 천문연은 “140m급 소행성이 추락하면 우리나라 국토 전체가 초토화될 정도로 큰 피해를 당한다”고 했다. 이보다 훨씬 큰 지름 1㎞급 소행성은 153개이고, 각 궤도가 추적 관찰되고 있다.

◇떠도는 위성·잔해 2만개 육박… 추락 대비해야

수명을 다해 지구 궤도에 버려진 인공위성이나 발사체 등의 추락 위험성을 예측하고 감시하는 것도 천문연 우주위험감시센터의 주요 임무다. 천문연에 따르면, 지구 궤도에서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위성은 6985개다. 임무를 다한 인공위성 2978개와 우주 잔해물(파편) 1만6135개는 지구 궤도에 남아 있는데, 대기 마찰과 지구 중력에 의해 서서히 고도가 낮아져 결국 지구로 추락하는 과정에서 분해되거나 지상·바다에 떨어진다. 최은정 천문연 우주위험연구실장은 “우주 파편이 떨어지는 속도는 대개 시속 30~300㎞로, 무거울수록 추락 속도가 빨라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했다. 천문연에 따르면, 지난 50여 년간 지상이나 바다에 추락한 인공 우주 물체 파편의 총 질량은 5400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제 불가능한 우주 물체는 추락 1~2시간 전에야 정확한 낙하 지점과 시간을 예측할 수 있어 대비가 만만치 않다. 2018년 중국의 톈궁 1호 추락 당시엔 천문연 위성추락상황실이 미국·유럽보다 정확하게 추락 시점과 위치를 예측했다. 박영득 한국천문연구원장은 “소행성과 인공위성 등 지구를 위협하는 우주 물체에 대한 정확한 관측과 추적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