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은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진단부터 어렵고 발견하더라도 시간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계에서 진단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최근 세계에서 AI로 사람 걸음걸이나 목소리를 분석해 질병을 찾아내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제는 AI가 단순히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질병을 초기에 진단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수면 호흡 패턴으로 파킨슨병 발견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에 문제가 생겨 운동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질병 진행 단계에 따라 걸음걸이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난다. 병원에서 운동 능력을 평가해 파킨슨병을 진단하지만, 의사의 주관적 판단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특별한 치료법은 없고 증상을 조절하는 약물만 있을 뿐이다.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AI와 결합된 카메라로 사람의 보행을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해 지난 9월 국제 학술지 ‘IEEE 의료정보학’에 발표했다. 먼저 연구진은 지원자를 33명 모집했다. 10명은 다발성 경화증, 9명은 파킨슨병 환자였고, 나머지 14명은 신경계 질환이 없었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도 파킨슨병처럼 운동 능력이 떨어진다. 지원자들이 러닝머신 위를 걷는 동안 연구진은 카메라 두 대로 전면과 측면에서 움직임을 기록했다. 엉덩이와 무릎, 발목, 발가락, 발뒤꿈치에 대한 좌표를 조사해 환자와 질환이 없는 사람의 차이를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AI 알고리즘을 16가지 개발했다. 그 결과 AI는 최고 정확도 79%로 환자를 구별해 냈다. 카메라는 다른 고급 분석 장비보다 저렴해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한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환자의 호흡으로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AI를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됐다. 파킨슨병에 걸리면 호흡이 바뀌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의학 연구에 따르면 호흡 변화는 운동 능력 변화보다 먼저 나타난다. 즉 호흡의 변화를 알아채면 파킨슨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MIT의 AI 모델은 사람이 자는 동안 호흡 패턴을 분석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무선 인터넷(WiFi) 공유기 모양 장치에서 방출된 전파가 환자의 신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면 AI가 분석하는 것이다. 기기가 사람 몸에 닿지 않아도 되고, 간병인이나 의료진도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파킨슨병 환자 757명을 포함한 7671명에게 1만1964일 동안 12만시간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또 MIT 연구진은 같은 장비를 이용해 집 안에서 파킨슨병 환자를 지속적으로 살필 수 있는 연구도 지난 9월 발표했다.

◇1초 만에 알츠하이머 환자 음성 분석

목소리만으로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는 기술도 나왔다. 알츠하이머 또한 진단이 어려운 질병이다. 인지 테스트뿐 아니라 뇌 영상 촬영, 행동 분석을 종합해 진단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캐나다 스타트업 윈터라이트는 미국 바이오 기업 제넨텍과 함께 음성으로 알츠하이머를 감지하고 진행 정도를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윈터라이트는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101명의 데이터를 이용했다. 이들의 녹음을 분석해 독특한 음향을 500건 이상 찾아냈다. 그 가운데 단어의 길이, 빈도, 목소리의 힘 등 아홉 지표는 알츠하이머 진행을 나타내는 점수 체계에 포함됐다. AI의 분석은 알츠하이머 진행을 임상의와 유사하거나 더 정확하게 평가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카나리아스피치는 AI 전문 기업 신티언트와 협력해 알츠하이머 진단 AI를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AI는 20~30초의 음성 샘플을 분석하는 데 1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알츠하이머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목소리를 정확도 92.5%로 구별한다고 회사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