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이 받는 상’으로 불리는 맥아더 펠로 수상자로 선정된 한국계 학자 3명. 사진 위부터 최예진 워싱턴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모니카 김 위스콘신대(매디슨) 역사학과 교수, 허준이 미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다. /맥아더재단

허준이·최예진·모니카 김 등 한국계 학자 3명이 미국에서 ‘천재들이 받는 상’으로 통하는 맥아더 펠로(MacArthur Fellows)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매년 미국에서 노벨상 시즌 이후 가장 관심을 모으는 상으로 꼽히는 맥아더 펠로는 탁월한 창의성과 성장 가능성이 큰 인재들에게 시상한다. 올해 수상자들은 노벨상 상금(약 12억6000만원)과 맞먹는 80만달러(약 11억4000만원)를 5년에 걸쳐 지원받는다.

미국 맥아더재단은 12일(현지 시각) 과학·예술·사회 각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성’을 보인 25명을 올해의 맥아더 펠로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25명 가운데 최예진(45) 워싱턴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모니카 김(44) 위스콘신대(매디슨) 역사학과 교수, 허준이(39) 미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 등 3명이 한국계 학자다. 이들 모두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앞서 한국계 수상자로는 2003년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2021년 최돈미 시인이 있다. 1981년부터 시상한 맥아더 펠로는 지원자 신청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미 전역의 추천단이 제안한 후보자들을 10여 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심사한다. 추천단과 심사위원이 누구인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수상자에겐 어느 날 갑자기 전화로 수상 소식을 통보한다. 올해 수상자 중 일부는 영문도 모르고 전화를 받자마자 “운전 중이니 나중에 전화해요”라며 무례하게 끊었다가 나중에 민망해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는 조합론과 대수기하학 등 서로 다른 영역을 넘나들며 수학의 난제들을 해결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맥아더재단은 “허준이 교수는 연구에 있어서 혁신적 접근 방식과 협업으로 활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세대 수학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최예진 교수는 인간의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하도록 하는 ‘자연어 처리(NLP·Natural Language Processing)’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인간의 언어에서 숨겨진 의도를 추론할 수 있는 AI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인터넷 사이트의 거짓 리뷰(후기), 가짜 뉴스 등을 손쉽게 판별할 수 있게 했다. 또 최 교수는 워싱턴대 ‘앨런 AI연구소’에서 AI에 윤리와 상식을 가르치는 프로젝트 ‘델파이에 물어봐요(Ask Delphi)’도 이끌고 있다.

최 교수는 본지에 “인간이 당연하게 여기는 상식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정의하고 적용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창의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선 다양한 각도로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려면 한국의 연구 풍토도 자신감과 도전적인 사고력을 키워주고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인 교포 2세로 현직 미 연방 하원 의원 앤디 김의 누나인 모니카 김 교수는 6·25(한국)전쟁 연구로 유명한 역사학자다. 예일대 졸업 후 미시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의 외교·군사 개입과 각국의 탈식민지화 과정 등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앤디 김 의원은 트위터에서 “휴대폰을 보다가 누나 뉴스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