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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최근 제네릭(복제약)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산도즈를 분사(스핀오프)해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도즈는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를 개발하는 회사로, 15개 이상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100곳 이상의 시장에서 96억달러(약 14조원) 매출을 올렸다. 노바티스에서 독립하는 산도즈는 스위스 거래소에 상장될 계획이다. 분사 작업은 내년 하반기 마무리될 전망이다. 노바티스는 분사를 통해 본업인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산도즈는 유럽의 1위 제네릭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노바티스 바스 나라심한 최고경영자(CEO)는 “산도즈의 분사는 핵심 영역에서 혁신 신약 회사가 되기 위한 노바티스의 전략을 더욱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스핀오프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제네릭이나 소비자 건강 사업을 분사하면서, 본업인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커진 규모를 줄여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 전문 회사를 분사해 연구·개발 역량을 높이고 있다.

◇분사 통해 본업인 신약 개발 집중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는 지난 5월 원료 의약품 전문 회사 유로API를 유로넥스트 거래소에 상장했다고 밝혔다. 사노피가 분사를 발표한 지 2년 1개월 만이다. 유로API는 200개 이상의 원료 의약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고, 80여 나라에 판매하고 있다. 원료 의약품은 의약품 제조에 필요한 물질을 말한다. 유로API 칼 로티에 CEO는 “독립 회사로 운영하며 유연성과 성장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분사에 대해 제약·바이오 업계는 성공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사노피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는 지난해 6월 여성 건강 전문 사업부를 분사해 오가논이란 이름의 회사를 출범시켰다. 오가논은 여성 질환 관련 제품 60종을 가지고 있다. 머크는 분사를 통해 신약 개발의 집중도를 높이고 효율적인 운영과 개선된 자본 구조를 기대한다. 머크는 암과 에이즈(HIV), 에볼라 등을 치료할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은 소비자 건강 분야를 분사하는 분위기다. 영국 GSK는 소비자 건강 사업부를 떼어 헤일리온이란 회사를 만들었다. GSK 소비자 건강 사업부는 치약 센소다인과 진통제 애드빌 등 유명 브랜드를 갖고 있었다. 대신 GSK는 의약품과 백신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존슨앤드존슨도 내년 11월까지 소비자 건강 부문을 분사해 상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존슨앤드존슨 소비자 건강 부문은 베이비파우더와 로션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도 비슷한 움직임이다.

제약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신약 개발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소비자 건강 부문 등 비핵심 사업부는 신약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 신약은 개발 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출시만 되면 큰 수익으로 이어진다. 반면 제네릭이나 소비자 건강 부문은 개발은 수월하고 당장 돈을 벌 수는 있지만 큰 수익을 남기기는 어렵다. 한 예로 존슨앤드존슨의 경우 지난해 치료제, 백신 등 의약품 관련 매출이 약 800억달러(약 110조원)였지만, 소비자 건강 부문은 150억달러(약 20조원)였다. 로션 등으로 유명한데도 의약품 판매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회사 성장성 측면에서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것이다. 또 분사를 통해 경영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기보다는 좋은 후보물질을 가진 회사를 M&A해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분사한 회사들도 독립성을 가지게 돼 경영 활동 폭을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신약 개발 회사 분사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스핀오프가 활발하다. 유한양행의 소비자 건강 부문 브랜드 뉴오리진 사업부는 유한건강생활로 독립 출범했다. 뉴오리진은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과 조금 다른 점은 신약 개발 전문 회사를 분사한다는 점이다. 정예부대를 내세워 신약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거대 제약사들보다 영세한 국내 기업들은 전문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웅제약은 비마약성 진통제와 난청 치료제를 개발하는 아이엔테라퓨틱스를 분사했다. 아이엔테라퓨틱스는 지금까지 총 4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일동홀딩스는 신약 개발 회사 아이디언스를 설립했다. 관계사인 일동제약으로부터 항암제 후보물질을 도입해 신약 개발을 하고 있다. SK케미칼에서 분사해 항암제·혈우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티움바이오도 대표적인 스핀오프 사례로 꼽힌다. 글로벌 제약사들과 그 모습은 조금 다르지만 신약 개발에 집중한다는 목표는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