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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대 고민이자 해결할 수 없는 난제로 불리는 탈모를 드디어 정복할 수 있을까.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와인의 떫은 맛 성분을 이용해 모발 이식 접촉제를 개발해냈다. 모낭 없는 잘린 머리카락도 피부에 고정할 수 있게 된 것으로, 기존의 이식용 모발 부족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은 셈이다.

카이스트 서명은·이해신 교수 연구팀은 탄닌산(tannic acid)과 생체 적합성 고분자를 섞어 생체 친화적 의료용 접착제를 만들어냈다고 21일 밝혔다. 폴리페놀 일종인 탄닌산은 와인의 떫은맛을 느끼게 하는 성분으로 과일껍질·견과류·카카오 등에 다량 함유돼 있다. 접착·코팅력이 강해 다른 물질과 빠르게 결합하는 성질을 띠는데, 우리가 와인을 마실 때 떫은맛이 나는 것도 탄닌산이 혀에 달라 붙기 때문이다.

물에 녹는 고분자와 탄닌산을 섞으면 젤리처럼 끈적이는 코아세르베이트가 생긴다. 그러나 액체에 가까워 접착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생체적합성 고분자를 재조합해 접착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물에 녹지 않는 폴리락트산(PLA)과 물과 친한 폴리에틸렌글라이콜(PEG)을 활용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탄닌산을 섞었다.

모낭이 포함된 기존의 모발 이식 방식(위 왼쪽)과 개발된 접착제를 이용한 모발 이식 방식(위 오른쪽). 아래는 초기 동물실험 결과. 15가닥의 모발을 생쥐 피부에 이식한 후 하루 경과한 상태에서 12가닥의 모발이 남아있다. 또 3가닥의 모발을 잡아당기자 몸 전체가 끌려 올라왔다. /카이스트

그 결과 접착력이 훨씬 강한 소재가 탄생했다. 일반 고분자와 탄닌산을 섞었을 때는 액체 상태가 된 반면, PLA·PEG를 조합하자 입자가 고체처럼 작동해 훨씬 강한 힘을 버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경우 단일 고분자보다 10배 이상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으며 열처리 후에는 60배를 견뎌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생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도 그 효과가 나타났다. 모발 끝에 개발한 접착제를 발라 생쥐 피부에 심는 방식의 실험이다. 모발 15가닥을 이식하고 하루가 지나자 12가닥이 남았고, 이중 3가닥을 당기자 생쥐의 몸 전체가 들렸다. 모발이 피부에 단단하게 고정됐다는 의미다. 접착제 성분은 14일이 지나자 모두 분해돼 배출됐으며 염증 반응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해신 교수는 “모낭까지 있는 모발을 이식하려면 공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를 보완할 새로운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22일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에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