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e스포츠 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결승전이 열렸다. LCK는 ‘LoL(리그 오브 레전드)’을 주 종목으로 하는 한국 프로 게임 리그로, LoL은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은 게임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행사에 전문의약 제약사인 JW중외제약이 후원을 한 것. 1만명이 모인 이날 행사장의 대형 현수막과 경기 중계 화면에는 JW중외제약의 기업 로고와 인공 눈물 제품 ‘프렌즈 아이드롭’ 로고가 노출됐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MZ 세대를 포함한 젊은 게임 팬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려고 LCK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게 됐다”며 “행사장에 설치된 JW중외제약 부스에 약 5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정되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라고 말했다.

제약사들이 고령화된 이미지를 벗고 젊은 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즐기는 게임이나 프로스포츠 구단 후원으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방식이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제약사들이 병원이나 약국 대상 제품 홍보에 주력해왔다면 이제는 브랜드 자체를 알리려 하는 것”이라며 “특히 젊은 층에게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 미래의 잠재적인 고객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e게임·골프·야구 활발한 후원

비타민 음료 ‘비타 500′으로 유명한 광동제약은 지난해 12월 e스포츠 게임단 ‘아프리카 프릭스’와 후원 계약을 체결하며 게임단 이름을 ‘광동 프릭스’로 변경했다. 제약사 이름이 e스포츠 게임단 이름에 들어간 첫 사례다. 선수단 유니폼과 경기장에 브랜드 로고가 노출되며, 소속 게임단의 초상권 사용 권한도 광동제약이 가진다. 지난달 29일 광동 프릭스는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동아시아 지역 통합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선수들의 유니폼에 새겨진 광동제약 로고도 덩달아 홍보가 됐다. 중견 제약 업체 휴온스는 지난 6월 리그 오브 레전드를 포함한 4개의 게임단을 운영하는 DRX와 후원계약을 맺고 다양한 마케팅을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최근 젊은 층에서 인기인 골프 후원도 활발하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총상금 10억원 규모의 여자골프대회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를 열고 있고, 휴온스는 골프단을 운영 중이다. 국내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은 지난 3월 여자 골프 김민주·이연서 선수를 후원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모자에는 유한양행의 유산균 제품인 ‘엘레나’가 적힌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젊은 층과 더 소통하기 위해서 후원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층의 건강 관심이 한몫

제약사들은 종목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프로스포츠 후원에 나서고 있다. HK이노엔은 프로야구단 키움 히어로즈를 후원하며 구장 내에 숙취 해소제 광고를 하고 있다. 안국약품은 KT위즈 프로야구단에 건강기능식품을 후원한다. 눈 피로 개선에 도움이 되는 제품과 혈압·콜레스테롤을 관리하는 건강기능식품이다. 셀트리온은 인천유나이티드 프로 축구단을 후원한다.

이런 움직임은 젊은 층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한몫했다. 원래 제약사들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이 주력이었다. 전문의약품은 의약 전문 매체가 아닌 신문이나 TV 같은 대중매체에는 광고조차 못 한다. 하지만 최근 제약사들은 전문의약품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이나 헬스케어 관련 제품을 영역을 확대하면서 브랜드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업 브랜드의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스포츠나 게임 후원에 나서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젊은 층을 겨냥해 ‘약만 파는 회사’가 아닌 ‘종합 헬스케어 회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