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110㎜가 넘는 100년 주기의 큰비로 서울 일대가 수해를 입은 가운데, 유럽은 극심한 가뭄으로 강이 바닥까지 마르는 등 기상이변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재해 못지않게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재난은 대규모 화산 폭발이다. 지구 평균 기온 변화에 영향을 끼칠 만한 화산 폭발이 심각한 기상이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계에서는 지난 1월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에서 발생한 해저화산 폭발에 관한 연구 결과가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영국 배스대·브루넬대 등 국제 연구진은 오는 10월 발간될 국제 학술지 해양공학에 실린 논문에서 통가 화산 폭발 당시 파고(波高)가 90m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 파고의 9배에 이르는 것으로, 뉴욕 자유의 여신상(지면~횃불 끝까지 93m)에 맞먹는 높이다.
◇원폭 2000배 가까운 위력의 화산 폭발
영국 셰필드대와 미국 인디애나대(블루밍턴)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쇼크웨이브에 통가 화산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핵폭탄보다 많은 에너지를 방출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이 추산한 통가 화산의 폭발력은 61메가톤(Mt)으로 1Mt은 TNT 폭약 100만t의 폭발력을 뜻한다.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탄으로 꼽히는 ‘차르 봄바(Tsar Bomba·50~58Mt)’보다 강한 폭발력이다. 통가 화산 위력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2000배에 가까운 폭발력을 나타낸 것이다. 핵전쟁보다 화산 폭발이 더 위협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지난 3월 미 항공우주국(NASA) 랭글리 연구센터는 3만5800㎞ 상공 정지궤도에서 운영 중인 GOES-17 기상위성과 일본 히마와리-8 위성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통가 분화 기둥이 대류권(지상~약 10㎞)과 성층권(10~약 50㎞)을 뚫고 약 58㎞까지 치솟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대기권 셋째 층인 중간권(50~약 80㎞)에 도달한 것으로, 통가 이전의 최고 높이(34㎞)였던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분화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달 나사(NASA) 제트추진연구소는 통가 화산 폭발 때 성층권에 유입된 수증기가 올림픽 규격 수영장 5만8000개를 채울 수 있는 약 146테라그램(Tg·146조g)에 달했다고 밝혔다. 성층권에 존재하는 수증기의 약 10%에 이르는 양이어서 향후 지구 표면 온도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연구진은 전망한다.
◇수퍼화산 육박하는 분화 확률 17%
과학자들은 통가보다 강한 화산 폭발이 향후 80년 안에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등 국제 연구진은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하들을 분석한 결과, 이번 세기 안에 화산폭발지수(VEI·Volcanic Explosivity Index) 7 이상의 화산이 폭발할 확률이 17%에 이른다고 밝혔다. 화산폭발지수는 화산재 분출량 등에 따라 총 9단계(0~8단계)로 구분하는데, 이 지수가 8 이상일 경우를 ‘수퍼 화산(super volcano)’이라고 한다. VEI 5~6으로 추정되는 통가 화산 폭발의 10~100배 위력의 화산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화산 분출물이 1~10㎦ 인 VEI 5를 넘어서는 폭발부터는 지구 온도에도 영향을 끼친다. 1815년 VEI 7 수준의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을 땐 지구 평균기온이 1.1도 내려갔고, 세계적으로 기근과 전염병 등이 잇따랐다. 백두산 분화(946년 추정)도 이에 맞먹는 규모의 대폭발이었다. 백두산은 지금도 분화 가능성 있는 화산으로 꼽힌다. 권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화산연구단장은 “백두산, 일본 아소산 등의 분화 가능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며 “세계 어느 곳이든 큰 화산이 폭발하면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입어 우리도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분화 징후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 투자에 국제사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화산에 고여 있는 용암 호수에서 발생하는 작은 진동 신호를 분석해 폭발 징후를 찾아내거나, 마그마 속 기포의 양으로 분출 위험을 파악하는 등의 기술 수준을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