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NASA(미 항공우주국)를 모델로 한 우주항공청을 설립할 것”이라고 한 발언을 두고 이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부터 써오던 ‘항공우주청’이란 명칭이 ‘우주항공청’으로 바뀌면서, 우주 정책에 기류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대선 공약을 포함해 이날 전까지 윤 대통령은 내내 ‘항공우주청’이란 표현을 써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 과제’에서 ‘우주산업 활성화를 위해 항공우주청 신설을 추진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기자회견에서 항공과 우주의 순서가 바뀌자, 전문가들은 “우주에 더 방점이 찍힌 것”이라고 분석한다. 윤 대통령이 이날 우주항공청 이야기를 꺼내기 전 “우리 독자 기술로 설계부터 제작, 발사까지 한 누리호 발사의 성공으로 민간 중심의 우주산업 기반을 마련했다. 우리는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서 우주 경제 비전을 선포했다”며 최근의 우주 성과를 언급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미 결론 난 줄 알았던 우주항공청의 입지도 이번 기자회견 이후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경남 사천을 찾아 우주항공청 설립을 약속했고, 인수위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번에 윤 대통령은 대전(연구, 인재 개발)과 전남(발사체), 경남(위성 산업) 삼각 체제를 제대로 구축하고 NASA를 모델로 한 우주항공청을 설립해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연설문에도 사천은 명시되지 않아, 향후 우주항공청 유치를 위한 지역 간 경합이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나도록 우주청의 역할이나 기능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추진 작업이 답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예컨대 우주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 두느냐 국무총리 산하에 두느냐 같은 사안을 명확히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이런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허환일 충남대 교수는 “지역 유치 논쟁과 부처 간 영역 다툼을 넘어서 미래를 위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