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사상 최대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대부분 박테리아보다 수천 배는 크고 구조도 복잡해 과학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제 박테리아는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작고 단순한 생물이라고 서술한 생물 교과서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 워싱턴대의 페트라 앤 레빈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난달 24일 ‘사이언스’에 “서인도제도 과들루프섬의 맹그로브숲에서 길이 1cm 초대형 박테리아 ‘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Thiomargarita magnifica)’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박테리아는 대부분 길이가 2마이크로미터(0.0002cm) 정도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큰 박테리아인 ‘티오마르가리타 넬소니이(Thiomargarita nelsonii)’는 750마이크로미터였다. 논문 공동 저자인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장-마리 볼란드 박사는 “대부분의 박테리아보다 5000배나 크다”며 “우리가 에베레스트산만큼 큰 또 다른 인간을 만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2009년 과들루프섬에서 물속 맹그로브잎에 붙어있는 흰 실 같은 물체를 채집했다. 처음엔 동물이나 식물, 또는 균류 같은 진핵생물로 생각했지만 후속 연구를 통해 새로운 종류의 박테리아로 밝혀졌다. 마그니피카는 맹그로브숲 바닥에서 유기물이 썩으면서 나오는 황 분자로 당분을 만든다.
박테리아는 최장 20마이크로미터를 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조장천 인하대 교수는 “박테리아는 물질 수송 시스템이 없어 농도 차를 통한 확산에 의존한다”며 “20마이크로미터보다 크면 확산 도중 농도 차가 사라져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마그니피카가 이론적 크기 한계를 극복한 것은 우선 중앙에 있는 물주머니인 액포 덕분이다. 액포 덕분에 세포질은 세포막 쪽으로 압축된다. 이전에 발견된 대형 박테리아는 액포를 빼면 이론적 부피 한계와 유사했다. 그런데 마그니피카는 대부분 박테리아보다도 수천 배 크다. 액포와 함께 세포에 DNA와 단백질 합성 기구인 리보솜이 세포막의 작은 주머니 같은 구조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주머니를 프랑스어로 ‘씨앗’을 의미하는 페팽(pepin)으로 명명했다.
박테리아는 DNA가 세포핵에 있지 않고 액체 성분의 세포질을 자유롭게 떠다닌다. 그래서 박테리아는 원핵생물(原核生物)이라 하고, 세포핵 구조가 있는 동식물, 균류는 진핵생물(眞核生物)이라 부른다. 이번 박테리아는 그 중간쯤의 생물인 셈이다. 조장천 교수는 “진핵세포가 가진 특징을 원핵세포가 가졌다는 점에서 생물학계의 혁명적 발견”이라며 “진핵세포 진화의 새로운 경로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