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사상 최대 크기의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대부분 박테리아보다 수천 배는 크고 구조도 복잡해 과학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제 박테리아는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작고 단순한 생물이라고 서술한 생물학 교과서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 워싱턴대의 페트라 앤 레빈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24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서인도 제도의 과들루프 섬의 맹그로브 숲에서 1cm 길이의 초대형 박테리아 ‘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Thiomargarita magnifica)’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에레베스트산 크기 사람 만난 셈”
대부분 박테리아는 길이가 2마이크로미터(0.0002cm) 정도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큰 박테리아인 티오마르가리타 넬소니이(Thiomargarita nelsonii)는 750마이크로미터였다. 논문 공동 저자인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장-마리 볼란드 박사는 “대부분 박테리아보다 5000배나 크다”며 “우리가 에베레스트산만큼 큰 또 다른 인간을 만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프랑스령 서인도제도대의 올리비에 그로스 교수는 2009년 과들루푸 섬에서 물속 맹그로브 잎에 붙어있는 흰 실 같은 물체를 채집했다. 처음엔 크기로 보아 동물이나 식물, 또는 균류 같은 진핵생물로 생각했다. 하지만 후속 연구를 통해 새로운 종류의 박테리아로 밝혀졌다.
가장 큰 특징은 유전물질인 DNA가 세포막의 작은 주머니 같은 구조 안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주머니를 프랑스어로 ‘씨앗’을 의미하는 페핀(pepin)으로 명명했다.
박테리아는 DNA가 세포핵에 있지 않고 액체 성분의 세포질을 자유롭게 떠다닌다. 그래서 박테리아를 원핵생물(原核生物)이라 하고, 세포핵 구조가 있는 동식물, 균류는 진핵생물(眞核生物)이라 부른다. 이번 박테리아는 그 중간쯤의 생물인 셈이다.
마그니피카는 페핀 구조때문에 다른 박테리아보다 DNA를 더 많이 갖고 있었다. DNA는 4가지 염기가 연결된 물질이다. 마그니피카의 염기수는 1200만개 정도였다. 하지만 각각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것을 합치면 DNA가 50만 벌 정도 있다.
결국 단세포생물인 박테리아 마그니피카의 총 염기 수는 6조개로 늘어난다. 사람 세포 하나에 들어있는 DNA 두 가닥에 염기가 60억 개가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숫자라고 볼 수 있다. 세포 하나만 따지면 박테리아인 마그니피카가 훨씬 염기가 많은 셈이다.
◇비닐봉지에 가장 많이 달라붙어
마그니피카는 맹그로브 숲 바닥에서 유기물이 썩으면서 나오는 황 분자로 당분을 만든다. 그래서 한 쪽은 늘 바닥에 고정하고 있다. 나뭇잎이나 가지, 굴 껍질 심지어 사람들이 버린 유리병, 밧줄, 플라스틱 물병에도 붙어있다.
연구진은 마그니피카는 비닐봉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다른 쪽 끝은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얻기 위해 물을 향해 있다. 그래서 마치 실처럼 물속에서 서서 흔들리는 모양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