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리면서 우주로켓 발사 횟수도 급증하고 있다. 민간 기업의 기술 경쟁으로 로켓 발사 비용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새로운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동차 배출 가스가 공해를 유발했듯 로켓 연소 가스가 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을 지키는 우주개발 전략은 가능할까.
◇로켓 연소 가스가 온난화 유발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크리스토퍼 맬로니 박사 연구진은 지난 1일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 저널: 대기’에 “우주로켓 발사가 2040년까지 지금보다 10배 늘어나면 온난화 유발 물질인 블랙카본(black carbon)이 대기 중으로 연간 1만톤씩 방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랙카본은 화석연료나 식물을 태울 때 나오는 그을음이다. 검은색이라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해 온난화를 부추긴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블랙카본은 5년까지 성층권에 남아 태양열을 흡수하고 오존층을 손상한다.
오늘날 우주로켓은 스페이스X의 팰컨9처럼 대부분 화석연료인 케로신을 액체 산소로 산화시켜 추진력을 얻는다. 현재 우주로켓에서 나오는 블랙카본은 연간 1000톤가량이다.
연구진은 컴퓨터 가상 실험에서 블랙카본이 늘면 성층권 온도가 섭씨 1.5도 올라갔다고 밝혔다. 반면 제트기류는 속도가 초속 5m까지 줄어든다. 이는 지구 기후를 교란할 수 있다.
제트기류는 북극과 중위도 공기의 온도 차가 클수록 강해진다. 최근 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북극 지역과 중위도 지역의 온도 차가 줄었다. 자연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쪽에 가두고 있던 찬바람이 중위도로 내려와 한파와 폭설을 불렀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엘로이즈 머레이스 교수는 “이번 시나리오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며 “성층권에 대한 영향은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 등 억만장자들이 이끈 우주 기업들이 잇따라 우주 관광에 성공하자 새로운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머레이스 교수는 “단 4명이 타는 우주선에서 이산화탄소가 200~300톤 나온다”며 “장거리 비행 시 승객 1명당 1~3톤을 배출하는 것과 큰 차이”라고 비판했다.
◇환경오염 비판에 연료 바꿔
우주로켓이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는 눈초리는 스페이스X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우주로켓 발사가 총 135회 성공했다. 그중 31회를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차지했다. 민간 기업이지만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셋째로 많은 로켓을 쏘아 올린 것으로 기록됐다.
키프로스 니코시아대의 디미트리스 드리카키스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유체물리학’에 팰컨9 로켓 발사 한 번에 이산화탄소를 적어도 336t 방출한다고 밝혔다. 이는 보잉747 비행기 395대가 대서양을 건널 때 내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같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 연소 가스에 포함된 고온의 질소산화물은 구름과 섞여 산성비를 만들고, 지상에서는 미세 먼지와 결합해 오존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주 기업들은 로켓 연료를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물질로 대체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미 달과 화성 탐사용으로 개발한 스타십 우주선에는 케로신 대신 메탄을 쓰기로 했다. 메탄은 케로신보다 블랙카본 배출이 적다고 알려졌다.
생물 자원을 재활용하는 바이오 연료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인 블루시프트는 지난해 1월 처음으로 고체 바이오 연료를 이용한 로켓을 시험 발사했다. 영국 오벡스사도 바이오 연료로 쓰는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공동 개발진인 엑시터대는 최근 바이오 연료 로켓이 같은 크기의 화석연료 로켓보다 탄소 배출량을 86%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누리호는 팰컨9 로켓과 마찬가지로 1950년대 옛 소련이 개발한 케로신 연료 연소 방식을 토대로 개발됐다. 전문가들은 누리호 후속 로켓 개발을 위한 예산 지원을 평가하는 타당성 예비 조사에서 우주 선진국처럼 메탄 엔진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