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통증을 느끼거나 물체의 질감을 감지할 수 있는 인공 신경 기술이 국내외에서 잇따라 개발됐다. 사고로 손을 잃은 사람이 로봇 의수(義手)를 착용하고 이전처럼 생활하거나 촉감으로 환자를 진단하는 로봇을 개발할 길이 열린 것이다.
영국 글래스고대의 라빈드라 다히야 교수 연구진은 지난 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로보틱스’에 “인간의 신경을 모방해 불편한 감각을 감지할 수 있는 전자 피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전자 피부는 표면의 압력 센서로 사물이 닿는 느낌을 인식한다. 하지만 센서의 정보량이 워낙 커 컴퓨터가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로봇이 촉감에 반응할 때까지 시간 지체가 발생하는 것이다.
글래스고대 연구진은 인체의 말초신경을 모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피부에 사물이 닿으면 그 부위의 말초신경이 핵심 정보만 추려 전압이 일시적으로 변하는 전기적 스파이크 형태로 뇌에 전송한다. 그만큼 신체에 피해를 줄 자극에 바로 반응할 수 있다.
연구진은 같은 방식을 전자 피부에 적용했다. 사물이 닿으면 압력 센서가 전기 저항의 변화를 감지한다. 트랜지스터는 이를 스파이크 전기 신호 형태로 단순화해 전송했다. 기계 학습을 거친 로봇은 특정 수치 이상의 스파이크가 전송되면 바로 손을 뺐다. 통증을 감지한 셈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이현정, 이수연 박사 연구진도 신경을 모방한 촉각 소자를 개발해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트머티리얼스’에 발표했다. 이번에 개발된 촉각 소자는 물체의 딱딱하고 부드러운 정도를 구분할 수 있다.
말초신경은 자극의 세기가 클수록 스파이크 주파수를 높인다. 마찬가지로 이번 촉각 소자는 물질이 딱딱할수록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전기적 스파이크를 발생시킨다.
연구진은 촉각 소자에 악성·양성 유방암의 탄성 정보를 학습시켰다. 유방암은 악성 종양이 양성 종양보다 딱딱하고 불규칙한 모양을 지닌다. 학습을 거친 촉각 소자는 악성 종양을 최대 95.8% 정확도로 구별했다.
KIST 연구진은 “신경을 모방한 촉각 소자는 로봇 수술처럼 사람이 수술 부위를 직접 접촉할 수 없는 환경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