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사람처럼 통증을 느끼고 피하도록 해주는 전자피부가 개발됐다. 사고로 손을 잃은 사람이 로봇 의수(義手)를 착용하고 이전처럼 생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영국 글래스고대의 라빈드라 다히야 교수 연구진은 지난 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인간의 신경을 모방해 불편한 감각을 감지할 수 있는 전자피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전자피부에 바늘을 찌르면 로봇이 바로 통증을 감지하고 손을 뒤로 뺀다.
◇말초신경 모방해 감각정보 단순화
과학자들은 로봇이 사람처럼 촉감을 느끼도록 다양한 전자피부를 개발해왔다. 보통 전자피부 표면에 감지 또는 압력 센서들을 붙여 사물이 닿는 느낌을 인식한다. 문제는 센서에서 나오는 정보가 워낙 많아 컴퓨터가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로봇이 촉감에 반응할 때까지 시간 지체가 발생한다.
글래스고대 연구진은 인체의 말초신경을 모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피부에 사물이 닿으면 그 부위의 말초신경이 핵심 정보만 추려 바로 뇌로 보낸다. 감각 정보가 감소하면 신경세포와 뇌 사이에 효율적인 통신이 가능하다. 그만큼 몸이 자극에 바로 반응할 수 있다.
연구진은 잘 휘어지는 플라스틱 필름 표면에 산화아연 나노선으로 만든 신경망 모방 트랜지스터 168개를 인쇄했다. 트랜지스터는 로봇 손바닥의 센서에 연결했다. 로봇 손에 물체가 닿으면 전자피부의 센서가 전기 저항의 변화를 감지한다. 저항 변화가 작으면 물체가 살짝 닿은 것이고 크면 강하게 접촉한 것이다.
이전에는 센서가 감지한 정보를 그대로 컴퓨터에 보냈지만 이번에는 말초신경을 모방한 트랜지스터들이 핵심 정보만 추려 보냈다. 트랜지스터는 전기 저항의 변화를 전압이 일시적으로 올라가는 스파이크 신호 형태로 단순화시켰다.
◇통증 회피 반응도 학습시켜
연구진은 신경망 트랜지스터의 전압을 달리하면서 로봇이 통증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학습시켰다. 이를테면 손바닥이 바늘에 찔려 특정 전압 이상이 발생하면 로봇이 손을 뒤로 빼도록 했다. 전자피부의 센서가 감지한 정보를 컴퓨터가 해독하기 전에 말초신경이 통증 여부를 감지해 바로 반응할 수 있는 것이다.
다히야 교수는 “인간은 어릴 때부터 다치지 않기 위해 통증과 같은 예상치 못한 자극에 반응하는 법을 배운다”며 “로봇도 전자피부 덕분에 통증에 대해 중앙컴퓨터와 정보를 주고받지 않고 바로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전자피부가 로봇 의수에 적용되면 사람과 비슷한 촉감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래스고대 연구진은 전자피부 인쇄기술에 대해 특허를 신청했으며, 상용화를 위해 스타트업도 만들기로 했다. 다히야 교수는 “지금은 BMW와 촉감 감지 차량을 연구하는 등 기존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며 “새로 만들 기업이 우리의 첫 스타트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