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충돌시험에는 모형인간(더미)을 쓴다. 과학자들은 더미가 남녀 신체 구조 차이를 반영해야 정확한 시험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자동차 충돌사고가 나면 여성이 차안에 갇힐 위험이 남성보다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남녀 모두를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자동차 설계와 안전장치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가디언지는 17일(현지 시각) “영국 최초로 자동차 충돌사고에서 남녀 부상 차이를 조사한 결과 여성의 16%가 차안에 갇히는 반면 남성은 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성은 골반 손상 많고, 남성은 머리 더 다쳐

이번 결과는 영국 국민의료서비스(NHS) 산하 플리머스 대학병원의 팀 누트빔 교수 연구진이 2012~2019년 영국의 주요 병원에 입원한 자동차 사고 환자 7만27명을 조사한 결과이다.

차에 갇힌 남녀가 다치는 부위도 달랐다. 최근 국제 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 오픈’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15%가 골반을 다치지만 남성은 10%였다. 척추 부상도 여성(13%)이 남성(10%)보다 많았다.

골반이나 척추를 다치면 사고가 난 차에서 스스로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만큼 차안에 갇히기 쉽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반면 남성은 머리 부상 비율(27%)이 여성(20%)보다 높았다. 얼굴과 가슴, 팔다리 부상도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다.

연구진은 자동차 충돌사고에서 남녀가 입은 부상 형태가 다른 것은 운전 형태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성이 머리에 손상을 많이 입는 것은 정면충돌 사고가 여성보다 많다는 것이다.

정면충돌하면 머리가 운전대와 에어백과 부딪히면서 부상을 입기 쉽다. 또 여성은 의자를 운전대 가까이 당겨 운전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가 나면 차안에 갇히기 쉽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충돌시험 더미에 여성 신체 구조 반영해야

연구진은 근본적으로 남녀의 신체 구조 차이가 사고 결과를 다르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여성이 골반을 많이 다치는 것은 남성보다 골반이 넓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점에서 충돌시험에 남녀 신체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충돌시험에서 모형인간(더미)을 쓴다. 한동안 남성 더미만 썼지만 최근에는 여성과 어린이 더미도 사용하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는 노인 더미도 개발했다.

하지만 남녀 더미는 키나 몸무게만 고려했지 신체 구조의 차이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플리머스 대학병원의 로렌 윅스 박사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여성은 키와 몸무게를 감안해도 남성보다 골반이 넓은데 자동차 충돌시험에 쓰는 더미는 성인 여성보다 12세 소녀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충돌시험 결과는 남녀 모두를 평등하게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가 생물학적으로 정확한 더미를 쓰지 않으면 시험 결과가 사실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