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진이 환자에게 이식할 돼지 심장을 보이고 있다./UMMC

세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두 달 만에 사망한 것은 돼지에서 사람으로 건너온 바이러스 때문으로 밝혀졌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간하는 ‘테크놀러지 리뷰’지는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지 두 달 만에 사망한 데이비드 베넷(57)의 몸에서 돼지 거대세포 바이러스 DNA가 발견됐다”고 지난 5일 전했다.

말기 심장병 환자인 베넷은 지난 1월 7일 미국 메릴랜드대학병원에서 돼지 심장을 이식받았다. 바이오 기업 리비비코어는 돼지 심장이 인체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사전에 유전자 10개를 교정했다. 수술 후 베넷은 재활치료까지 받을 정도로 병세가 나아졌지만, 갑자기 악화해 지난 3월 8일 사망했다.

심장 이식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최근 미국이식학회의 온라인 세미나에서 “수술 20일 후 베넷에서 돼지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워낙 수치가 낮아 검사 오류로 생각했다”며 “45일 후 갑자기 중태에 빠져 검사해보니 이미 돼지 바이러스 수치가 급상승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메릴랜드대학병원 측은 사전에 돼지에게 바이러스가 있는지 검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당시 호흡기에서 감염력이 있는 바이러스만 검사해 조직 안에 잠복한 채 숨어 있는 바이러스는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뉴욕타임스지는 “예기치 못하게 병원성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퍼뜨릴 수 있다면 이종(異種) 장기 이식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코로나 대유행도 박쥐 몸에 있던 바이러스가 다른 숙주동물을 통해 인간에 퍼지면서 유발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