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중2병’에 걸렸다는 10대 사춘기 아이들이 엄마의 말을 듣지 않는 이유가 밝혀졌다. 아이들의 뇌는 보통 엄마의 목소리에 반응하지만 사춘기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다니엘 에이브람스 교수 연구진은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신경과학 저널’에 28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연구진은 7~16살 아이들이 엄마와 다른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때 뇌의 모습을 촬영했다. 연구진은 문장이 아니라 무작위로 섞인 단어를 아이들에게 들려줬다. 예컨대 티버디쇼울트(teebudieshawlt), 키버디쇼울트(keebudieshawlt) 같은 단어들이다.
그 결과 7~12세 아이들의 특정 뇌 영역이 다른 여성보다는 엄마의 목소리에 더 강하게 반응했다. 목소리에 반응한 뇌의 영역은 보상이나 주의력과 관련된 곳이었다. 하지만 사춘기의 아이들은 정반대의 모습을 나타냈다. 엄마의 목소리보다는 낯선 이의 목소리에 더 큰 반응을 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13~14세 아이들에게서 발견됐다. 연구진은 “청소년기의 뇌 영역이 엄마에 대한 반응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낯선 목소리에 더 주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새로운 사람과 상황을 탐색하는 청소년기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사회적 연결고리가 가족을 넘어 확장되면서, 뇌가 이에 맞춰 적응한다는 뜻이다. 에이브람스 교수는 “부모들이 10대 자녀와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돼 좌절감을 느낄 수 있지만,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용기를 내라”라고 말했다.
이번 해외 연구에 대해 조일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박사는 “어렸을 때는 엄마한테 보상을 받지만 나이가 들면서 엄마보다는 다른 곳에서 받는 보상들이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뇌가 학습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예를 들면 친구들한테서 받는 기쁨이나 선생님 등 사회활동하면서 나한테 보상을 주는 존재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