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년 전 하늘을 날던 익룡(翼龍)이 오늘날 새처럼 색색의 깃털을 가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익룡의 원시 깃털은 하늘을 나는 데 쓰이지는 않았지만 체온을 유지하고 짝짓기 상대에게 자신을 과시하기에는 충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일랜드 코크대의 마리아 맥너마라 교수 연구진은 2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화석을 통해 익룡도 색소가 있는 깃털로 열을 조절하고 장식을 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익룡은 2억3000만년에서 6600만년 사이 지상의 공룡과 공존한 대형 파충류다. 연구진은 브라질에서 발굴한 1억1500만년 전 익룡인 ‘투판닥틸루스 임페라토르(Tupandactylus imperator)’의 두개골 화석을 분석했다.

투판닥틸루스 익룡은 머리에 엄청나게 큰 볏 구조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일랜드와 브라질, 벨기에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볏의 뒤쪽 아랫부분에는 머리카락처럼 한 가닥으로 된 짧은 털이 나있고 위쪽에는 새의 깃털처럼 갈래가 있는 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수십 년 동안 익룡이 깃털을 가졌는지 논란이 계속 이어졌다”며 “이번 화석의 깃털은 오늘날 새처럼 길이 방향에서 명확하게 갈라져 있어 논쟁을 끝냈다”고 밝혔다.

깃털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자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멜라노솜 입자도 발견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털의 형태에 따라 멜라노솜의 모양도 달랐다. 맥너마라 교수는 “오늘날 새의 깃털 색은 멜라노솜 입자의 모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익룡의 깃털이 형태에 따라 멜라노솜 모양이 다르다는 점에서 이 동물은 깃털 색을 조절할 수 있었음이 틀림없다”고 밝혔다.

익룡의 육지 사촌인 공룡은 이미 색색 털이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 됐다. 미국 메릴랜드대의 고생물학자인 토머스 홀츠 교수는 “1993년 영화 ‘쥬라기공원’이 처음 개봉된 이후 과학이 밝힌 공룡의 가장 큰 이미지 변화는 단연 털”이라고 했다.

2000년대 들어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깃털 공룡 화석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여기서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멜라노솜이 확인됐다. 2000년대 후반부터 과학자들은 화석에서 찾은 멜라닌을 새의 멜라닌과 비교해 울긋불긋한 모습의 깃털 공룡들을 복원했다.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육식 공룡들도 색이 있는 털을 가졌던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