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0만 명 이상의 뇌 영상을 토대로 세계 최고 수준의 뇌 성장 지도가 완성됐다. 소아과에서 아이의 키와 몸무게를 재고 표준 성장 도표와 비교하듯, 앞으로 뇌 발달이 또래와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 뇌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에드워드 불모어 교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아론 알렉산더-블로흐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어머니 배 속에 있는 100일 된 태아부터 100세 노인까지 인간의 생애 전반에 걸쳐 뇌 영상을 수집, 분석해 표준 뇌 성장 도표를 만들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했다.
뇌 성장 도표를 만들려면 수많은 사람의 뇌 영상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새로 뇌 영상을 찍는 대신 전 세계에서 진행된 뇌 연구 100여 건을 이용했다. 이 방식으로 10만1457명의 뇌를 찍은 자기공명영상(MRI) 사진 12만3984장을 확보했다.
분석 결과 뇌 크기는 생후 4개월에 최대 용량의 10% 수준, 만 3세에 80% 수준까지 성장하고 11세쯤 최고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인지 능력을 담당하는 대뇌 피질의 회색질은 5.9세에 최고 부피를 기록했다. 5.9세 이후에는 회색질의 부피가 완만하게 줄어든다.
역시 인지 기능과 관련 있는 피질의 두께는 1.7세에 가장 두꺼웠다. 뇌 안쪽에 있는 신경세포 연결조직인 백색질은 29세 직전에 부피가 최고치를 보였다. 뇌 척수액은 성인이 되면서 뇌 조직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지자 급격히 증가했다.
연구진은 뇌 성장 도표를 이용해 뇌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키가 사람마다 다르듯 뇌 크기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뇌가 또래보다 빨리 줄어들면 알츠하이머 치매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논문 공동 교신저자인 펜실베이니아대의 제이컵 세이들리츠 박사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경도(輕度)인지장애, 조현병이 뇌 조직 구조를 눈에 띄게 변화시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뇌질환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 남녀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 걸린 남성은 뇌 회색질과 백색질, 척수액 부피가 모두 줄었지만 여성 환자는 오히려 약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뇌 성장 도표는 전체 인구집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MRI 자료는 대부분 북미와 유럽에서 대학을 졸업한 백인의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분석한 100여 건의 연구 중 남미에서 나온 것은 3건, 아프리카는 1건에 그쳤다. 연구진은 앞으로 뇌 성장 도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사회경제 계층이나 인종의 MRI 자료를 수집해 성장 도표를 더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