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척수 형성 과정을 모방한 오가노이드(미니 장기)가 개발됐다.
고려대 의대 선웅 교수 연구진은 5일 “척수 오가노이드를 개발해 약물 시험에 쓸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이화여대 등과 공동 수행한 연구 결과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에 실렸다.
연구진은 인간의 신경관 발달 과정을 그대로 모방한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 튜브 모양 신경관은 배아 발달 초기 신경 조직으로, 나중에 뇌와 척수로 자란다. 신경관에 문제가 생기면 뇌·척수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고 심하면 무뇌증까지 생길 수 있다. 신경관이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선천성 발달장애인 ‘신경관 결손’을 일으킨다.
신경관은 임신 3주 차에 발생하기 때문에 연구하기 어렵다. 척수 성분과 유사한 세포 덩어리를 만드는 시도는 있었지만, 발달 과정까지 모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척수 오가노이드가 실제 척수 조직과 유사한 것을 확인했다.
또 척수 오가노이드로 약물 시험도 진행했다. 임신부에게 투여하면 태아의 신경관 결손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된 약물이 있다. 연구진은 이 약물을 오가노이드에 처리했더니 기존 임상시험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선 교수는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오가노이드를 통해 미리 찾아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라며 “신경관 결손뿐 아니라 다양한 뇌질환 모델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