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예술은 소수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라 어린이까지 참여하는 집단 전체의 공동 창작품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스페인 칸타브리아대 국립 선사시대연구소의 디에고 가라테 박사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에드거 카마로 박사 연구진은 “스페인의 동굴벽화 다섯 곳에 있는 손도장 4분의 1은 12세 이하 어린이가 남긴 것임을 확인했다”고 국제 학술지 ‘고고과학 저널’ 4월호에 발표했다.
선사시대 동굴벽화에는 사냥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수많은 동물이 등장한다. 그 옆에는 항상 마치 화가의 사인처럼 사람 손도장이 남겨져 있다. 오랫동안 손도장은 동굴벽화를 그린 남성이 남긴 것으로 생각했다.
연구진은 스페인의 동굴벽화 다섯 곳에 남은 손도장을 분석했다. 손도장은 손바닥에 물감을 묻히고 벽에 찍는 방식이 아니라 손을 벽에 대고 그 위로 물감을 뿌리는 스텐실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로 인해 손가락 윤곽 바깥에 물감이 남았다. 손도장 545개를 분석한 결과 손가락 주인공은 25%가 2~12세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손도장 주인공의 나이는 손가락 길이 비율이나 손의 폭 등을 오늘날 사람 손과 비교해 판정했다. 과거 어른 손으로 생각했던 손도장이 어린이가 남긴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었다. 연구진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손도장을 찍을 때 입체감을 높이기 위해 손을 벽에 붙이지 않고 거리를 둔 상태로 물감을 뿌렸다고 설명했다. 이러면 손도장이 원래 손보다 커진다. 연구진은 “어른 도움을 받아 아이까지 손도장을 남긴 것은 동굴벽화가 집단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 도움을 줬음을 보여준다”며 “동굴벽화는 어린이까지 참여하는 집단 창작 활동이었다”고 밝혔다.
동굴벽화가 남성 전유물이 아니었다는 주장은 지난 201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딘 스노 교수가 처음 제기했다. 스노 교수는 스페인과 프랑스 동굴벽화에 남은 손도장이 여성이 남긴 것임을 밝혀냈다. 태아 시기 성호르몬 차이로 남성은 약손가락이 집게손가락보다 길고, 여성은 두 손가락이 거의 비슷하다. 스노 교수는 남녀 손가락 길이 차이를 기준으로 손도장 32개 중 24개가 여성 것임을 밝혀냈다. 성인 남성 것은 3개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소년의 손이었다.
손도장은 4분의 3이 왼손이었다. 인류의 조상 역시 오늘날 우리처럼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스노 교수는 결국 선사시대 여성 화가가 자기 왼손을 벽에 대고 오른손으로 물감을 뿌려 손도장을 찍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