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의 상상도.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그렸다./미국항공우주국(NASA)

인구 폭발, 공해,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우주의 새로운 정착지에 관한 인류의 관심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창업자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는 민간 우주로켓 사업에 뛰어들어 화성 탐사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도 오는 6월에 우리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2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해 12월 25일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우주관측 장비인 ‘제임스 웹(James Webb) 우주망원경’이 대기권 밖으로 발사 됐고, 지난 3월 11일에 망원경 초점 정렬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우주의 구성과 탄생 과정에 관한 비밀을 풀게 해 줄 새로운 발견이 잇따라 나올 전망이다. 인류는 마침내 은하가 처음 탄생하던 순간부터 시작하여 그 진화 과정을 목격하고, 또한 생명체가 존재하는 외계 행성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우주 연구는 주로 로켓으로 탐사선을 발사하여 태양계를 연구하는 우주과학 분야와, 태양계 바깥의 광대한 우주와 천체를 연구하는 천문학 분야로 크게 나뉜다. 인류가 새로운 정착지를 발견하려면 아직은 직접 탐사선을 보내기는 무리이므로 천체망원경을 이용한 우주 구성원리에 대한 이론적 천문학 연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어떤 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을까? 이 관심 분야를 연구하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고 있을까? 이러한 의문을 갖고, 대통령 선거 이틀 전인 지난 3월 7일 천체물리학자인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을 찾았다. 인터뷰는 이날 오후 2시 50분 대전시 유성구 대덕대로 776 한국천문연구원 내 이원철홀 1층 연구실과 2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안 연구원은 “현대 천문학에서는 외계 행성계의 존재, 우주의 비밀을 전해주는 새로운 관측 수단의 대두, 우주생태계의 종합적 이해 등 3가지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인류가 우주에서 발견한 외계 행성계는 약 5000개 정도이고 그 중 생명체가 발생할 조건을 만족하는 것이 361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행성계가 지구와 같이 산소가 풍부한 대기를 지녀서 생물체가 존재하는지는 지금까지의 기술로는 알 수 없었고, 그런 생명체가 존재하는 이웃 행성계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거기까지 여행하는 일은 현재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32년간 천체물리학 연구

—천체물리학을 연구한지 32년이나 됐다. 천체물리학 분야 중에도 여러 세부 분야가 있을 텐데, 박사 학위는 무엇으로 받았나?

“우주에 수소가 가장 많은데, 수소에서 나오는 라이만알파선(Lyman-alpha line)의 복사(輻射) 전달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어려운 용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최근 이슈가 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12월 25일 우주로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로켓에서 분리되기 직전의 모습. 배경에 지구가 보인다./미국항공우주국(NASA)

—최근 우주로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1990년대 초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허블(Hubble) 우주망원경을 쏘아올렸다. 지구 상공 540km 궤도를 돌면서 우주에서 오는 빛을 감지해 천체의 사진을 찍는다. 망원경의 경우 구경이 그 성능을 좌우하는데, 허블 우주망원경과 같은 반사망원경은 주경(主鏡)이라고 부르는 큰 반사경의 직경이 구경이다. 허블의 반사경은 지름이 2.4m이다.”

—허블 망원경 외에 다른 우주 망원경도 있나?

“빛에는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 X(엑스)선, 감마선 등 파장별로 다양한 종류가 있다. 미국항공우주국은 1990년대에 각 파장별로 우주망원경을 하나씩 지구 궤도에 쏘아 올렸다. 이 위성망원경 중 주로 가시광선을 담당한 것이 허블 우주망원경이다. 적외선은 미국의 라이만 스핏처 교수 이름을 따서 스핏처 망원경, X선은 찬드라세카의 이름을 따서 찬드라 우주망원경, 감마선은 20세기초 물리학자였던 콤프턴의 이름을 따서 콤프턴 우주망원경이라고 명명했다.

허블 망원경은 원래 10년 정도 쓰려고 하다가 워낙 사랑을 받아 몇 차례 수리를 하면서 30년이나 쓰게 됐다. 이 허블을 대체하게 될 차세대 우주망원경이 2021년 12월에 우주로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다.”

미국항공우주국 기술자들이 2017년 4월 미국 메릴린드주 그린벨트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반사경을 점검하고 있다./미국항공우주국(NASA)

—지상에서 관찰하면 되지 않나? 왜 우주에서 봐야 하나?

“빛의 전 파장대에서 우주를 관찰해야 우주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구의 대기는 천체의 빛을 대부분 흡수하고 전파와 가시광선 정도만 통과시킨다. 그러므로 다른 파장대에서는 지상에서 우주의 모습을 온전하게 볼 수 없다. 더군다나 지구의 대기는 밀도가 불균일해서 아지랑이 효과를 일으키므로 별빛이 일렁거려서 상이 또렷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것을 극복하려면 우주로 나가야 한다.”

허블 vs 제임스 웹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특징을 비교하면?

“허블 망원경은 적외선 관측도 가능했지만, 가시광선 위주로 관측했다. 허블 망원경의 구경은 2.4m인데, 제임스 웹 망원경의 구경은 6.5m 정도이다. 넓은 반사경으로 더 많은 빛을 모으기 때문에 훨씬 더 멀리 있는 희미한 천체를 볼 수 있다. 빛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에 더 멀리 본다는 것은 더 오랜 시간 동안 우리에게 달려온 옛날 빛을 본다는 이야기이다. 우주의 더 오랜 옛모습을 본다는 뜻이다.

또 우리 우주 공간은 팽창하고 있으므로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우리로부터 더 빨리 달아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것을 허블의 법칙이라고 한다. 멀리 있는 천체에서 나온 빛은 우리 눈에 들어오기까지 파장이 점점 길어지게 된다. 아주 멀리 있는 천체에서 나온 가시광 빛이 우주 공간을 여행해 우리 눈에 들어올 때는 적외선 빛으로 보인다. 그래서 적외선용 망원경을 만들어야 멀리 있는 천체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이번 제임스 웹 망원경은 적외선 망원경으로 특화했다.”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가 찍은 허블 우주망원경./위키피디아

안 연구원이 컴퓨터를 조작해 회의실 중간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 두 장의 큰 사진을 띄웠다. 별과 별 사이에 가스와 먼지로 이뤄진 성운(星雲, nebula)을 허블 망원경이 가시광 빛으로 찍은 사진과 적외선으로 찍은 사진이었는데, 모습이 상당히 달랐다.

—같은 성운인데도 가시광으로 볼 때와 적외선으로 볼 때 꽤 다르다.

“(왼쪽 사진을 가리키며) 허블 망원경이 가시광선을 사용해 찍은 사진은, 성운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별들은 볼 수 없다. 그 천체에서 나오는 가시광이 성운 속에 들어 있는 먼지에 흡수되어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앞쪽에 있는 별의 모습만 보인다. (오른쪽 사진을 가리키며) 이에 반해 적외선은 먼지도 뚫고 나오므로 적외선 카메라를 쓰면 성운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여러 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 은하의 한 성운을 가시광선 망원경으로 촬영한 사진(왼쪽)과 적외선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 적외선 망원경으로 찍을 경우 앞쪽 먼지에 가려져 있는 뒷쪽 별들의 모습도 나타난다./미국항공우주국(NASA)

카메라가 어떻게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구별해 내는지 궁금해졌다. 그러자 안 연구원이 스마트폰을 꺼내 카메라 부분을 짚어 보이며 “이 속에 있는 카메라 센서 칩(촬영소자)이 망원경의 초점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고 말했다. 그는 “휴대폰에는 주로 CMOS 칩을 쓰지만 천문학에서는 CCD라는 방식의 칩을 주로 써왔다”며 “그러한 센서 칩을 적외선에 민감한 것으로 만들면 된다”고 했다. 다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질문을 이어갔다.

향후 20년 정도 활동할 듯

—제임스 웹 망원경은 앞으로 얼마나 쓸 수 있나?

“당초 계획상으로는 10년 정도 쓸 수 있게 망원경을 설계했다. 그런데 망원경에서 가장 중요한 반사경의 직경이 6.5m나 되는데, 너무 커서 그 모양 그대로 로켓에 싣고 우주로 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작은 조각거울 18개로 분해해 다른 부품들과 함께 종이접기처럼 구겨 넣은 뒤 우주에서 다시 펼쳐 큰 반사경으로 복구했다.

이 복구 과정에서 태양 전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고 망원경의 궤도 미세 조정 및 자세 제어에는 가스를 분사해서 동력을 얻는다. 다행히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에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전지와 가스 소모량이 적었다. 그 덕분에 예상 수명이 당초 10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났다. 일단 향후 5년 정도는 사전에 계획된 주요 과학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지난 3월 11일 초점 정렬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보내온 사진. 밝은 별에 초점을 맞추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카메라가 워낙 고성능이어서 뒷면에 은하계와 별들의 모습까지 나타났다고 미국항공우주국은 설명했다./미국항공우주국

—반사경 이야기가 흥미롭다. 반사경은 어떻게 만드나?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망원경에서는 반사경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지상에 건설되는 망원경의 반사경은 유리의 재료인 규석으로 만든다. 커다란 돌을 녹이고 연마해서 얇은 오목거울 형태로 만든다. 하나 만드는데 1년씩 걸린다. 그러나 제임스 웹 망원경의 반사경은 베릴륨이라는 금속으로 만들었고, 표면을 금으로 코팅했다. 금이 적외선 빛을 잘 반사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웹 망원경의 주경은 발사할 때 접어야 해서 각각 1.2m 크기의 육각형 조각 거울 18개로 만들어서 세 부분으로 접었다가 우주에서 펼쳤다. 그 후 각각의 조각 거울의 위치를 미세 조정해서 전체가 하나의 오목거울이 되도록 만들었다. 멀리서 온 빛이 주경으로 모인 다음, 반대편에 있는 볼록거울인 부경(副鏡)에서 반사되고, 그 다음에 3차 거울에 의해 보정되어 주경의 가운데 나 있는 구멍을 통해 우리의 눈 역할을 하는 각종 관측장치에서 상을 맺게 된다.”

망원경의 반사경은 규석이라는 돌을 갈아서 만든다.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이 허블 우주망원경의 반사경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기훈 기자

—제임스 웹 망원경이 일단 향후 5년 정도는 사전에 계획된 주요 과학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결과에 대해 과학자들이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을 텐데, 왜 이렇게 전세계 천문학자들이 흥분하고 있나?

“관측 결과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허블 망원경의 경우 처음에 설정한 주요 과학 연구 과제는 세페이드 변광성을 관측하여 허블 상수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허블 상수는 외부 은하의 후퇴 속도가 그것까지의 거리와 비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비례상수인데, 이 수치로 우주의 팽창 속도와 나이를 측정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주요 과제는 그 이후 허블 망원경이 발견한 것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허블 망원경은 우리가 처음 보거나 몰랐던 것들을 보여줬다. 정말 뜻밖의 성과였다. 우리가 모르던 자료를 너무 많이 얻게 됐다. 이번 제임스 웹 망원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로운 자료들이 무수하게 쏟아져 나올 것이라서 전세계 천문학자들이 흥분하고 있다. 아마 우리의 우주관을 혁신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다. 어쩌면 모든 것을 바꿔 놓을지도 모른다.”

천문학자들의 3대 관심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우주망원경을 사용해 과학자들이 알고 싶고 연구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인터뷰의 원래 주제인 천문학자들의 관심 사항에 대해 질문을 시작했다.

—현대 천문학자들은 주로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나?

“미국과학재단(NSF)은 천문학자들을 대상으로 매 10년마다 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연구를 할 예정인지 연구계획서를 수집하여 보고서를 낸다. 그리고 이 연구계획서를 바탕으로 연구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 제임스 웹 망원경도 20여년 전에 이러한 조사를 바탕으로 자금을 배정해 제작했다. 따라서 지난 2010년에서 2020년 사이에 제출된 연구계획서를 보면 천문학자들의 최근 연구 동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미국과학재단은 과학자들의 연구 관심 사항을 조사한 뒤 예산을 배정한다. 사진은 미국 버니지아주 알렉산드리아의 미국과학재단 청사./미국과학재단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크게 3가지 분야이다.

첫째, 외계 행성계 검출이다.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 같은 것이 우주에 또 있는지, 또 그 외계 행성계에 인류 외의 다른 생명체도 있는지 알아보는 작업이다.

둘째, 우주의 비밀을 알려줄 새로운 관측 수단이 개발되었고, 이를 확장해 우주를 연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력파나 중성미자를 검출해 우주를 들여다보려 한다.

셋째, 우주생태계(cosmic ecosystem)를 일관성 있게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를 구성하는 별과 성운의 화학 조성과 분포와 운동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면 이러한 정보를 마치 은하의 진화 역사를 담고 있는 화석처럼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기초로 거시적으로는 은하의 형성과 진화에 대한 통일적인 이론체계를 만들려고 하고, 미시적으로는 별의 형성과 진화 과정 전체를 유기적이고 일관적으로 이해해 보려고 하고 있다.”

3개 분야 각각에 대해 하나씩 물어보기로 했다.

이슈 1 : 외계 행성계 발견

—태양계 외에 외계 행성계 존재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나?

“대체로 4가지 방법을 쓴다.

첫째, 별(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과 행성이 중력으로 묶여서 서로의 공통 질량 중심을 축으로 공전할 때, 별도 미세하게 앞 뒤로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실을 이용하여 별의 미세한 움직임을 측정하여 행성의 존재를 알아내는 방법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측정하려면 우주에서 초속 10m 정도의 속력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초정밀 관측을 구현한 학자들이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두번째 방식은?

“식(蝕, eclipse) 현상이 일어나는지 본다. 예를 들어 금성이 공전하다가 해를 가리면 식 현상이 일어나면서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태양빛이 아주 조금 어두워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멀리 있는 별을 계속 관찰하다가 그 별 둘레를 도는 행성이 별빛을 가려서 별빛이 아주 조금 어두워지는지 관찰해 본다. 그 어두워지는 양상과 주기를 측정하면 그 행성의 궤도, 크기, 질량 등을 구할 수 있다.

케플러 위성을 쏘아 올려 지금까지 53만개의 별을 이런 방식으로 관찰한 결과 2662개의 별이 주변 행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 그 후속 위성인 K2와 테스(TESS) 위성 뿐 아니라 지상 관측 사례까지 모두 합하면 지금까지 행성을 거느린 별이 약 5000개 정도 관측됐다.”

우주에서 별들을 관찰하면서 외계 행성계를 찾고 있는 케플러 위성 상상도./미국항공우주국(NASA)

—5000개의 외계 행성계 가운데 지구 같은 행성도 있나?

“500개 정도는 지구만 하거나 지구보다 작다. 다만 크기가 지구만하더라도 수성처럼 태양과 너무 가까우면 뜨거워서 생물체가 살기 어렵고, 화성처럼 너무 멀면 추워서 안된다. 지구처럼 생명이 살만한 행성은 360개 정도이다. 이 안에는 액체가 존재할 수 있다. 액체가 존재할 수 있으면 물이 있을 수 있고 생명체가 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구처럼 산소나 생물체가 존재하는 것 같은 흔적은 없다. 우주에 인류 이외의 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인류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대사건이 될 것이다.”

빛을 끌어 당기는 중력

—세번째 측정 방법은?

“마이크로렌징(microlensing, 미시중력렌즈) 방식이다. 중력렌즈란 질량을 가진 천체가 근처의 시공간을 휘게 하여 볼록렌즈처럼 빛을 굴절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별과 지구 사이를 중력을 가진 물체가 지나가면 그 별빛이 점차 밝아졌다가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간다. 더 밝아지는 이유는 사이를 지나가는 그 물체의 중력이 별빛을 더 많이 끌어당겨서 지구에 있는 우리에게 더 많은 빛을 보내주기 때문이다.”

질량을 가진 행성이 별 주위를 지나가면 행성의 중력이 주변의 빛을 끌어들여 볼록렌즈처럼 별빛을 굴절시킨다. 그 결과 관측자의 눈에 별이 더 밝게 보이는 미시중력렌즈 현상이 나타난다./유럽남방천문대

—그 중력을 가진 물체가 어두운 별이고 그 둘레를 행성이 공전하고 있다면?

“그 행성도 저 멀리 있는 다른 별빛에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일으킨다. 다만 별빛은 더 짧은 시간 동안 밝아졌다가 어두워진다. 여러 별의 밝기를 계속 관측하다가 어떤 별에서 이러한 미시중력렌즈 현상이 발생했다면 행성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네번째 관측 방식은?

“행성의 모습을 직접 사진으로 찍는 방법(imaging)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구 대기에 의해 별빛이 깜박거리는 것을 보정해야 한다. 천문학자들은 70km 상공에 나트륨 레이저를 쏘아 인공별을 만들고 그 별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면서 지구 대기의 굴절을 바로 잡아줌으로써 마치 대기 밖에서 천체를 관측하는 것과 같이 만들었다.

이 기술을 전문용어로 적응광학(adaptive optics)라고 한다. 그러면 별과 바짝 붙어 있어서 사진으로 찍기 어려운 행성을 분해해서 촬영할 수 있다. 현재 전세계 천문대 중에서 하와이의 마우나케와 산에 있는 켁(Keck) 천문대와 칠레의 VLT 천문대 정도만 이런 촬영이 가능하다.”

미국 하와이 마우나케아 산에 있는 켁 천문대. 1993년과 1996년에 지상 4145m에 구경 10m짜리 망원경 2개로 설치될 당시에는 세계 최대 망원경이었다. 현재는 세계 3위와 4위./미국항공우주국(NASA)

빛 분석해 행성의 대기 성분 파악

—이러한 측정 방법이 이미 사용되고 있는데, 제임스 웹 망원경이 외계 행성계 발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한 단계 더 나아가려고 한다. 지구의 나이가 대략 46억년 정도 됐다. 지구의 대기에는 원래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많았다. 목성과 비슷했다고 본다. 그 후 지금으로부터 25억년쯤 전에 생명체가 탄생하면서 메탄과 이산화탄소는 줄어들고 산소와 오존이 많아졌다. 즉 생명체가 행성 대기의 성분을 변화시킨 것이다.

그러므로 외계 행성의 대기를 관찰해 그 성분을 분석해 내면 그 안에 생명체가 있는지 여부를 추정할 수 있다. 메탄이 많은 행성은 생명체가 생기지 않은 것이고, 산소나 오존이 많이 있으면 생명체가 생겨난 행성으로 볼 수 있다.”

우주에서 본 지구. 지구의 대기는 25억년 전에 생명체가 생겨나면서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줄고 산소와 오존이 증가하는 형태로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너무 멀어 가 볼 수도 없는 행성의 대기 성분을 어떻게 분석하나?

“행성은 자기가 공전하는 모(母)항성의 빛을 자신의 표면에 반사해 빛을 낸다. 그 행성에 대기가 있다면 표면에서 반사되는 과정에서 별빛이 대기를 통과해 나오게 된다. 따라서 그 빛을 분석해 보면 대기의 성분과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대기를 통과해 나오는 빛을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 좀 더 물어 보려다가 너무 깊이 들어가는 듯해 중단했다. 안상현 선임연구원과의 대화는 천문학자들의 두번째 관심사, 즉 우주에서 보내오는 새로운 메신저 찾기로 이어졌다.

☞ ②/③로 이어 보기

(‘이어 보기’ 아이콘이 작동하지 않으면 검색창에 ‘안상현 우주’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