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은 물속에서도 바위에 꼭 달라붙는다. 국내 연구진이 홍합의 접착력을 모방해 해수(海水) 전지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이동욱 교수 연구진은 “홍합의 뛰어난 수중 접착력을 모방한 해수전지용 바인더 물질을 개발해 전지 전극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화학공학과 이현욱·곽상규 교수도 참여했다.
해수 전지는 바닷물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친환경 에너지 저장장치다. 충전 시 바닷물에 들어있는 나트륨 이온을 추출해 이를 음극에 저장했다가 방전 시 물을 양극으로 삼아 이 둘을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다. 리튬이온전지에서 리튬이 하는 일을 바닷물의 나트륨으로 대체한 것이다.
UNIST 연구진은 해수 전지의 양극 바인더를 새로 개발했다. 양극은 탄소 섬유가 서로 엮인 집전체의 표면에 촉매 입자가 붙어있는 형태다. 바인더는 촉매와 집전체를 접착시켜 고정하는 물질이다. 이번에 개발한 바인더는 홍합의 접착 단백질 성분을 모방해 수중에서도 매우 뛰어난 접착력을 갖고 있다.
홍합은 바위에 들러붙을 때 실 모양의 ‘족사(足絲)’를 내뿜는다. 그 주성분이 접착 단백질이다. 지름 2㎜ 족사 하나에 12.5㎏짜리 물건을 매달아도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접착력이 강하다. 기존 바인더들은 유기용매와 달리 물에서는 접착력이 떨어진다. 집전체와 촉매가 제대로 접착되어 있지 않으면 전지에 과부하(과전압)가 걸리고 집전체가 부식되기 쉽다.
연구진은 이번 바인더를 쓴 해수전지는 기존에 자주 사용되는 플로라이드 계열 바인더를 사용했을 때 보다 과전압이 최대 60% 이상 줄었으며 전극 성능(충·방전 과전압 차이)도 4배 정도 향상됐다고 밝혔다. 전자현미경 관찰 결과 집전체의 부식도 크게 개선됐다. 연구진은 “바인더 내부에서는 촉매 입자가 검출됐는데, 이는 바인더가 집전체 부식뿐만 아니라 촉매 탈착을 막는 보호 효과까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밝혔다.
공동 제1 저자인 최지은 연구원(에너지화학공학과 석박통합과정)은 “강력한 수중 접착력뿐만 아니라 탄소부식·촉매탈착 방지 특성을 갖춘 소재로 해수전지 뿐 아니라 다양한 수계(물) 금속 공기 배터리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에너지·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재료화학 저널 A’(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에 앞표지 논문으로 선정돼 지난 7일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