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곳곳에서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다. 머지않아 처마 밑에 고드름이 달린 겨울 풍경도 옛말이 될지 모른다. 같은 얼음이라도 주변 온도에 따라 녹는 모양이 제각각이라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온난화 정도를 녹아내린 얼음 모양을 보고 파악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과학재단은 지난 17일 재미있는 얼음 기둥 사진을 공개했다. 하나는 아래쪽이 뾰족하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위가 뾰족하다. 그 중간에는 표면에 물결무늬가 있는 얼음 기둥이 있다. 원래는 모두 길이가 20㎝ 정도인 원기둥 형태였는데 물에서 녹으면서 모양이 달라졌다. 뉴욕대의 레이프 리스트로프 교수 연구진은 “얼음 기둥이 들어간 물의 온도에 따라 녹는 형태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국제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아래가 뾰족한 기둥은 섭씨 4도인 물에서 생겼고, 위가 뾰족한 기둥은 수온 8도에서 만들어졌다. 그 중간 5.6도에서는 얼음 표면에 물결무늬가 생겼다. 연구진은 물의 밀도 차이가 얼음이 녹는 모습이 달라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고체는 액체보다 밀도가 높다. 하지만 물은 다르다. 영상 4도에서 밀도가 가장 높다. 그보다 온도가 낮아지면 밀도가 낮아지면서 오히려 부피가 커진다. 물보다 얼음 부피가 커지는 것이다. 겨울에 기온이 뚝 떨어지면 장독이 얼어 터진다. 물이 얼면서 부피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컴퓨터 가상 실험을 통해 얼음 주변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아봤다. 4도 물에 얼음을 넣으면 그 주변 수온이 4도 밑으로 내려간다. 밀도가 낮아진 물은 위로 떠오른다. 얼음 기둥 주변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닥의 물을 위로 끌어올리는 흐름이 생긴다. 이로 인해 원기둥의 밑부터 녹기 시작한다. 물은 위로 올라가면서 얼음 온도가 계속 내려간다. 그만큼 얼음 윗부분은 덜 녹아 아래가 뾰족한 대못 형태가 된다.
수온이 8도면 정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얼음 기둥 주변의 물은 온도가 내려가면서 4도가 될 때까지 밀도가 계속 높아진다. 이번에는 무거워진 물이 아래로 내려가는 흐름이 생긴다. 윗부분에 있는 따뜻한 물이 밑으로 내려가면서 얼음 위부터 녹기 시작해 위가 뾰족한 형태가 된다.
리스트로프 교수는 “수온이 중간인 5.6도면 물이 혼동을 일으킨다”고 밝혔다. 얼음 기둥에 가까운 곳에 있는 물은 온도가 4도보다 더 내려가 가벼워진다. 물은 위로 올라간다. 반면 얼음 기둥에서 먼 곳은 아직 4도까지 낮아지지 않아 아래로 가라앉는다. 물이 밀도 차이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소용돌이가 생기고, 얼음 기둥에는 물결무늬가 남는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리스트로프 교수는 “위가 뾰족하거나 물결무늬가 있는 빙산이나 얼음도 자연에서 종종 관측된다”며 “이번 결과가 자연에서 보이는 얼음 형태를 해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과학재단은 “얼음이 녹게 하는 요인을 측정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