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성규

최근 건물이 무너지면서 작업자들이 실종·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소방대원들이 구조견까지 동원해 수색에 나서지만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는 데 한계가 있다. 재난 현장이 워낙 어둡고 연기와 분진마저 소방대원의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열을 감지하는 적외선 센서도 벽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재난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인명을 구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과학자들은 레이더나 정전기 유도 현상 등을 이용해 시야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신기술을 활용하면 벽 뒤에 있는 사람 움직임까지 확인할 수 있고 인공지능(AI)을 통해 위치도 추정할 수 있다.

◇전파 반사로 벽 뒤 움직임 탐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레이더 센서 기반의 인체 탐지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빛 대신 전파를 이용한 시스템이다. 연구진은 두 방식의 레이더 센서 반도체를 개발했다.

첫째 레이더 센서는 매우 짧은 파장의 전자파 신호가 목표물에 부딪혀 반사되는 시간을 이용해 목표물과 떨어진 거리와 속도, 위치 등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반사된 전자파를 이용해 센티미터(㎝) 단위 움직임도 알아낼 수 있다.

다른 레이더 센서는 시간에 따라 주파수가 다른 신호를 연속적으로 방출한 뒤 반사되는 신호를 이용해 상대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신호를 통해 거리를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피해자의 움직임과 호흡, 심장 박동 등 생체 신호까지 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본태 ETRI 박사는 “두 센서의 성능에 큰 차이는 없지만 재난 환경에 따라 맞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첫째 센서는 벽을 더 잘 투과해 장애물이 많은 곳에, 둘째 센서는 여러 주파수를 사용해 다양한 면을 보는 데 적합하다.

레이더 센서를 소방대원의 헬멧이나 휴대 기기 형태로 만들면 장애물 뒤에 있는 피해자의 호흡과 심장 박동 같은 생체 신호를 탐지할 수 있다. 센서 크기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15㎝, 20㎝인데, 더 작게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구 박사는 “휴대전화만 한 크기로 현장 속 사람의 위치를 신속하게 알리도록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전파 대신 전기장을 이용한 방식도 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선정윤 교수와 기계공학부 김호영 교수 공동 연구진은 “주변 물체의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전기장 센서를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지난해 12월 밝혔다.

연구진은 정전기 유도 현상을 이용해 주변 공간의 미세한 전기장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 전기를 띤 물체가 다가오면 센서에 전류가 흐르는 원리다. 연구진은 부도체(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를 통과할 수 있는 전기장의 특성을 이용해 센서로 벽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 움직임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

센서는 주변 물체의 위치를 소리로 알린다. 물체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 어디서 물체가 오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선 교수는 “센서를 활용하면 시각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더 안전하게 주변 물체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현실서 조난자 탐색 AI 학습시켜

AI로 피해자의 위치를 추정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 전해곤 교수 연구진은 “재난 구조 로봇의 시각 인지를 위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지난해 9월 밝혔다. 구조견 대신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드론이나 로봇 등에 활용될 수 있다.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고 스스로 그 안에서 일정한 특성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재난 현장 데이터는 구하기 어렵고 AI가 학습하기에는 그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연구진은 대신 가상 현실에서 대규모 재난 현장 데이터를 만들었다. 실내외 가상 환경에서 지진과 화재 현장을 만들고,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재난 전후 상황을 비교할 수 있는 영상을 얻었다.

연구진은 재난 데이터 학습을 토대로 피해자의 위치를 추정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재난 전 공간 정보 학습을 토대로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위치를 영상을 이용해 추론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다. 현장에 갇힌 피해자가 주변 사진만 찍어 보내면 위치를 바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전해곤 교수는 “다양한 재난 구조 연구에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