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감염된 코로나 바이러스(주황색)의 전자현미경 사진./NIAID

혈액 검사로 코로나 환자 중 완치 후에도 만성 코로나로 고생할 위험이 큰 사람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만성 코로나는 아직 약도 백신도 없지만 일찍 환자를 가려낼 수 있다면 새로운 치료법을 좀 더 빨리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병원의 오누르 보이만 교수 연구진은 “코로나 환자 중 나중에 만성 코로나에 걸리는 사람은 혈액에 특정 항체 수치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밝혔다.

만성 코로나(long COVID-19)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몸에서 사라졌지만, 여전히 피로와 무기력증, 호흡곤란, 불안이 지속되는 경우이다. 미국 뉴욕대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감염자의 25%가 한 달 이상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게 현실이다

◇만성 코로나 위험군은 두가지 항체 수치 낮아

연구진은 코로나 확진자 175명과 건강한 자원자 40명의 혈액을 비교했다. 또 코로나 환자 134명에 대해 처음 감염 후 1년이 지날 때까지 건강상태를 추적 조사했다. 혈액 검사 결과 나중에 만성 코로나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은 항체 중 이뮤노글로불린(Ig)M과 IgG3 수치가 낮았다.

면역단백질인 항체는 바이러스에 먼저 결합해 인체 세포 감염을 차단하고, 다른 면역세포를 불러와 바이러스를 공격하도록 한다. IgG는 영어 알파벳 Y자 모양의 항체이며, IgM은 Y자 형태의 항체 다섯 개가 별 모양으로 연결된 형태다. 코로나에 걸리면 일반적으로 초기에 IgM이 크게 늘어나며, 나중에 IgG가 나와 장기적인 방어력을 제공한다.

연구진은 항체 특성에 환자의 나이와 천식 여부, 상세 증상을 결합해 만성 코로나 위험 지수를 만들었다. 코로나 환자 395명에게 이 지수를 적용해 6개월 간 추적 조사한 결과 만성 코로나 예측에 유용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스위스 연구진이 개발한 시험 방법은 항체 특징과 상세 증상을 알아야 하므로 일단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만 가능하다. 건강한 사람은 만성 코로나 위험도를 알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카를로 세르비아 박사는 “천식이 있고 IgM과 IgG3 항체 수치가 낮으면 만성 코로나 위험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천식 환자처럼 고위험군은 백신 접종으로 만성 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7일 이스라엘 바-일란대 연구진은 백신 접종자는 나중에 돌파 감염돼도 피로나 두통 같은 만성 코로나 증상이 54~68% 적었다고 밝혔다.

◇만성피로증후군과 같이 치료 기대

연구진은 현재 만성 코로나에 마땅한 치료법이 없지만, 미리 위험 환자를 가려낼 수 있다면 개발 중인 만성 코로나 치료 임상시험에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만성 코로나 위험군에 대해서는 별도의 약물 치료로 발병 위험을 낮출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만성 코로나 위험군을 통해 병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만성 코로나가 바이러스로 인해 몸에 장기적 손상이 일어났거나 면역체계가 잘못 작동해서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또 인체 어딘가에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 저장소가 있을 가능성도 제시됐다.

영국 의사협회의 만성 코로나 책임자인 엑시터대 데이비스 스트레인 교수는 이날 가디언지에 “스위스 연구진이 찾아낸 만성 코로나 위험군의 항체 특성은 근육통성 뇌척수염(만성피로증후군)과 흡사하다”며 “앞으로 두 질병을 같이 비교하면 서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