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노백의 불활성화 백신인 코로나백(CoronaVac). 개도국을 중심으로 대량 보급돼 코로나를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최근 발생한 오미크론 변이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AFP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접종된 중국산 코로나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스터샷(추가접종)을 맞아도 면역력이 크게 늘지 않아 중국 백신 접종자 중에 오미크론 돌파 감염자가 급속도로 늘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예일대의 아키코 이와사키 교수 연구진은 “전 세계 48국에서 접종된 중국 시노백의 코로나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2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했다.

◇중국 백신 접종자는 부스터샷도 효과 없어

시노백은 감염력을 없앤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로 백신을 만들었다. 이른바 불활성화 백신으로, 다른 중국 회사 시노팜도 같은 원리로 백신을 개발했다. 오랫동안 사용한 백신 방식이라 화이자나 모더나의 mRNA(전령리보핵산) 백신보다 안정적이지만 효과는 떨어진다. mRNA 백신이 94~95%의 예방효과를 보인 반면, 시노백 백신은 51%, 시노팜 백신은 78%로 효능이 떨어진다.

예일대 연구진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시노백 백신을 2회 모두 맞고 부스터샷으로 화이자의 mRNA 백신까지 맞은 101명을 대상으로 혈액을 분석했다. 시노백 백신 접종만으로는 혈액에 오미크론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화할 수 있는 항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면역단백질인 항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표면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해 세포 침투를 차단한다.

시노백 백신을 2회 맞고 부스터샷까지 맞으면 80%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중화 항체가 소량 생성됐다. 하지만 그마저 화이자 mRNA 백신을 2회 맞은 사람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최근 mRNA 백신을 2회 모두 맞아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효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시노백 백신 2회 접종과 부스터샷으로도 오미크론을 막지 못하는 셈이다.

예일대의 이와사키 교수는 “mRNA 백신 2회 접종으로도 오미크론 감염에 대해 충분한 방어력을 제공하지 못한다”며 “전 세계에서 시노백 백신이 접종된 지역에서는 부스터샷을 두 번까지 접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네이처지에 실린 전 세계 코로나 백신 보급 현황. 시노백, 시노팜, 바라트 등의 불활성화 백신(연한 주황색 빗금)이 절반을 차지한다. 단위는 10억회 접종분이다./Nature

◇전 세계 돌파 감염 속출할 우려

시노백의 불활성화 백신이 오미크론에 소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 세계에서 돌파 감염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노백과 시노팜의 백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접종됐다.

지난 13일 네이처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10억회 접종분의 코로나 백신이 보급됐는데 그 중 두 중국 백신이 50억회분을 차지한다. 시노백 백신이 가장 많이 접종됐으며, 그 뒤로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시노팜, 모더나 백신 순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승인에 앞서 2020년 12월부터 소위 ‘면역장성(免疫長城)’ 계획에 따라 자국에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을 보급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브라질, 파키스탄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대량 보급됐다. 최근 중국은 아프리카에 10억회 접종분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네이처지는 지난 13일 오미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중국이나 인도, 이란, 카자흐스탄 등에서 생산된 불활성화 백신의 활용을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시노백 백신에 대한 신뢰는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초만 해도 브라질에서 시노백 백신이 현지에서 접종된 코로나 백신 중 85%까지 차지했으나 효능에 대한 의심이 확산되면서 12월에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