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탐사 로봇이 과거 생명체가 남긴 탄소의 흔적을 발견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직 로봇이 찾은 탄소가 생명체에서 나왔다고 확증은 되지 않았지만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크리스토퍼 하우스 교수 연구진은 1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로버(이동형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 충돌구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에서 미생물에서 나올 수 있는 탄소 동위원소가 대량 발견됐다”고 밝혔다.
◇논처럼 가벼운 탄소동위원소 많아
큐리오시티는 2012년 화성에 도착했다. 하우스 교수 연구진은 큐리오시티가 과거 호수로 추정되는 게일 충돌구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했다. 로버는 24군데에서 시료를 채취해 자체 분석 장비로 탄소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했다. 동위원소는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를 말한다.
큐리오시티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군데에서 탄소12 동위원소가 탄소13보다 70퍼밀(퍼밀은 1000분율) 더 높게 나왔다. 대부분 충돌구의 가장자리 능선이나 높은 지대의 시료였다. 호수에 가라앉았다기보다 대기에서 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탄소12가 많다는 것은 생명체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13은 12보다 중성자 하나가 더 있어 무거운 동위원소이다. 물질은 무거울수록 다른 물질과 결합력이 강하다. 생명체는 쉽게 분리가 가능한 탄소12를 선호하도록 진화했다. 논에서 미생물이 방출하는 메탄도 대부분 탄소12로 이뤄져 있다.
반면 마그마 활동으로 해저 열수 분출구에서 나오는 메탄은 탄소13이 많다. 만약 지구의 토양 시료에서 탄소12가 13보다 월등히 많다면 생명체가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하우스 교수는 “탄소13 동위원소가 매우 부족한 시료는 호주의 27억년 전 퇴적층에서 채취한 시료와 유사했다”고 밝혔다.
◇생명체 아니면 자외선, 성간구름
연구진은 화성 토양에서 가벼운 탄소12 동위원소가 많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3가지 가설을 만들었다. 먼저 미생물 가설이다. 지하에 있는 미생물이 탄소12를 먹고 메탄을 방출한다. 지표의 다른 미생물이 이 메탄을 분해해 탄소12를 대기로 보낸다. 하지만 큐리오시티는 아직 지표에서 고대 미생물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연구진은 대신 지하 미생물이 방출한 메탄이 자외선에 분해돼 탄소12가 대기로 들어갔다는 혼합 가설을 제기했다.
다른 가능성은 성간 구름이다. 초기 태양계는 1억년에 한 번씩 가스와 먼지로 가득 찬 성간 구름을 통과했다고 추정된다. 운석을 통해 알 수 있듯 성간 구름 속의 탄소는 큐리오시티가 포착한 것처럼 가볍다. 또 성간 구름은 햇빛을 차단해 화성에 빙하를 형성시켰을 수 있다. 이러면 탄소12가 다른 탄소에 희석되지 않고 그대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우스 교수는 이 시나리오는 화성에 빙하 흔적이 없고 우연이 너무 겹쳐야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자외선이 화성 대기에 많은 이산화탄소를 분해해 탄소 12를 대기로 보낼 수 있다. 일본 도쿄 공대의 우엔 유이치로 교수는 사이언스에 “실험실에서 자외선에 의한 이산화탄소 분해를 입증했다”며 “이번에 나온 탄소 동위원소 비율은 내가 예상한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하우스 교수는 “세 가지 가설 모두 오늘날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탄소 순환을 보여준다”며 “가장 정확한 설명이 무엇인지 알려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큐리오시티는 지금도 토양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고 있다. 한 달 안에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시료를 채취한 경사면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필요하면 같은 곳의 시료를 다시 분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