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G 결핵 백신이 코로나 백신과 동일한 공격 목표를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결핵 백신 접종 국가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적게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란 것이다.
미국 휴스턴대의 딘러 아마랄 안투니스 교수 연구진은 “BCG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감염이 감소하는 것은 결핵과 코로나가 동일한 면역반응을 보이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난 13일 국제 학술지 ‘첨단 면역학(Frontiers in Immunology)’에 밝혔다.
BCG(Bacillus Calmette-Guérin) 백신은 1906년 프랑스의 알베르 칼메트와 카미유 게랭이 개발한 결핵 백신으로, 개발자의 이름 앞 글자를 따서 명명됐다. 코로나 대유행 초기 BCG 백신 접종 국가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적게 나오자 BCG 백신을 코로나 예방에 쓰자는 주장도 나왔다.
안투니스 교수는 “BCG 백신 접종으로 인한 코로나 예방 효과는 백신이 유도하는 T세포가 감염 세포 표면에서 동일한 항원 단백질을 공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백신은 바이러스의 표면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해 무력화시키는 항체 단백질을 유도한다. 동시에 백신은 면역세포인 T세포도 유도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이미 감염된 세포를 파괴한다.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만 있는 표면 단백질 조각(펩타이드)에 결합한다. 이 펩타이드는 병원체나 숙주세포의 단백질에서 유래한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가상시험)을 통해 결핵균과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 동일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펩타이드 1350만 가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40가지가 동일한 면역반응을 유도할 최종 후보로 선별됐다. 그 중에는 코로나 환자에서 T세포 반응을 유도한 바이러스의 펩타이드들도 있었다.
안투니스 교수는 “앞으로 T세포 반응을 유도하는 펩타이드로 백신을 개발하면 기존 코로나 백신의 방어력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BCG 백신으로 코로나를 막기보다 동일한 면역반응을 유도할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 기존 백신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BCG 백신의 코로나 예방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임상시험이 28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직까지 BCG 백신이 코로나를 예방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므로,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BCG 백신은 권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WHO는 “BCG 백신을 접종시키는 국가가 코로나 발병률이 낮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이것이 BCG 백신이 코로나를 예방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