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많기로 유명한 절지동물인 노래기는 영어로 ‘밀리피드(millipede)’라고 한다. 다리가 1000개라는 뜻이다. 호주에서 이름 그대로 다리가 1000개가 넘는 노래기가 처음 발견됐다. 지금까지 노래기의 다리 개수 기록은 750개에 그쳐 이름이 무색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름값을 한 것이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의 폴 머렉 교수 연구진은 지난 16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호주 광산에서 다리가 1306개인 노래기를 발견해 ‘유밀리페스 페르세포네(Eumillipes persephone)’란 학명을 붙였다”고 밝혔다.
앞부분 속명(屬名)의 첫 단어 ‘유’는 라틴어로 ‘진짜’를 의미하며 ‘밀리페스’는 ‘1000개의 다리’란 뜻이다. 땅속에서 발견된 진짜 다리 1000개의 노래기란 의미다. 뒷부분 종명(種名)인 ‘페르세포네’는 그리스신화에서 지하 세계, 즉 저승의 신인 하데스의 부인이다.
유밀리페스는 호주 남서부 광산의 60m 지하에서 발견됐다. 광산 회사가 광물 채굴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과학자들에게 조사를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몸길이 95.7㎜에 굵기가 0.95㎜인 노래기가 발견됐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브루노 부자토 박사는 시추공으로 젖은 낙엽을 내려보내 유밀리페스 8마리를 낚아 올렸다.
유밀리페스의 눈은 퇴화됐고 머리에 커다란 더듬이와 곰팡이 같은 먹이를 먹는 입이 나와 있었다. 배에 붙은 다리를 세 보니 진짜 밀리피드로 밝혀졌다. 부자토 박사는 바로 노래기 전문가인 머렉 교수에게 연락했다.
연구진은 유밀리페스의 조상은 땅 위에서 살았다고 추정했다. 지상 환경이 나빠지자 땅속 깊은 곳으로 서식지를 옮겼고, 땅을 더 잘 팔 수 있도록 다리 수가 늘었다는 것이다. 1000개가 넘는 다리는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따는 타래송곳처럼 땅을 파내는 힘을 제공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 몸통으로 이어진 긴 내장은 척박한 지하 환경에서 영양분을 더 많이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머렉 교수는 2012년 캘리포니아에서 다리가 750개인 노래기를 발견했다. 당시 최다 기록이었다. 연구진은 이번 유밀리페스는 유전자로 볼 때 캘리포니아의 노래기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비슷한 지하 생활이 두 종을 같은 형태로 진화하도록 이끌었다는 것이다.
머렉 교수는 “이번 발견이 지하에 숨겨진 귀중한 광물뿐 아니라 생물다양성에도 관심을 갖도록 해줄 것”이라며 “광물 채굴이 유밀리페스의 서식지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지하 생태계를 보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