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정거장에 있는 우주인들은 크리스마스에 어떤 선물을 받았을까.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우주인들에게 칠면조 고기, 과일 케이크와 함께 우주복을 세탁할 첫 우주 세제와 신형 3D(입체) 프린터, 항체 치료제를 선물했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지난 21일 3시41분(한국시각 오후 5시41분)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무인 화물선 드래건을 실은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발사했다.
드래건 캡슐은 이날 우주정거장의 하모니 모듈에 도킹해 약 3톤 무게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했다. 나사는 크리스마스 직전에 이뤄진 화물 보급인 만큼 특별히 칠면조 고기와 훈제 해산물, 과일 케이크 등을 담아 보냈다. 이와 함께 우주에 첫 선을 보이는 새로운 보급품도 다수 포함됐다.
◇P&G가 개발한 첫 우주 세제
가장 눈에 띄는 보급품은 우주복을 세탁할 세제이다. 나사는 이번에 생활용품 기업 피앤지(P&G)와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 세제의 효능을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주 세제는 나사가 달과 화성 유인(有人) 탐사에 대비해 개발 중인 기술 중 하나이다.
화성까지 3년 여행을 하면 우주인 한 명당 230㎏ 가까운 빨랫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정거장에서는 계속 새 우주복을 보급 받아 한 번 입고 버리지만 화성행 우주선에는 그만한 옷을 실을 수 없다. 나사는 화성행 우주인은 우주복을 빨아 입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사는 이번 드래건 캡슐에 피앤지가 우주용으로 개발한 타이드 세제를 보내 무중력과 강력한 우주 방사선 환경에서 세탁이 가능한지 알아볼 계획이다. 피앤지는 우주 환경에 맞춰 완전 분해가 가능한 세제를 개발했다. 또한 장기 우주 여행에 대비해 우주복에서 악취와 얼룩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했다.
우주 세탁 실험은 내년 여름까지 6개월 진행된다. 이번 실험은 미래 우주여행에 대비한 목적도 있지만 지구에서도 물이 부족한 곳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나사는 기대했다. 나사는 내년에는 즉석 얼룩 제거제인 ‘타이드 고 와이프’와 ‘타이드 고 펜’도 보낸다. 고 와이프는 물티슈 형태이고 고 펜은 펜 형태이다.
◇항체 면역항암제 실험도 진행
나사는 이번에 관절염에서 암까지 다양한 질병 치료에 쓰고 있는 항체 단백질을 우주에서 만드는 실험 장치도 보냈다. 바로 미국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이다. 우주정거장은 중력이 거의 없어 단백질 결정을 균일하게 성장시키는 데 최적인 환경이다. 머크는 우주정거장에서 항체 단백질 결정 구조를 분석해 약효를 향상시킬 방법을 찾는다.
우주인의 건강을 위한 실험장치도 있다. 우주를 다녀오면 유해한 미생물의 독성이 증가하고 인체 면역기능이 약화되는 경우가 있다. 나사는 이번에 숙주세포와 기생 세균을 같이 넣은 장치를 우주정거장으로 보내 우주여행 동안 둘 사이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독일 항공우주센터는 휴대용 바이오 프린터를 보냈다. 환자 자신의 세포를 잉크 삼아 상처 부위에 붙일 치료용 패치를 만드는 장치이다. 이 역시 장차 달과 화성 유인 탐사에 대비해 개발 중인 기술이다. 환자 자신의 세포로 만든 맞춤형 상처 치료 패치는 지구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미국 우주기업 레드와이어 스페이스는 터빈 엔진에 들어가는 초합급을 만들 3D 프린터기를 우주정거장으로 보내 실험할 예정이다. 3D 프린터는 우주에서 필요한 물건도 만들 수 있다. 이와 함께 그보다 중력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균일한 물질 구조를 구현해 장차 지구의 산업현장에 쓸 수 있는 새로운 초합급을 개발할 수도 있다. 드래건 화물 우주선은 한 달 정도 우주정거장에 결합해 있다가 내년 1월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