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 미생물과 헴 분자 상상도. 인하대 연구진이 호흡에 필요한 헴을 다른 생물에서 훔쳐 쓰는 세균을 처음으로 발견했다./인하대

호흡하는 데 필요한 물질을 직접 만들지 않고 남의 것을 훔치는 ‘얌체’ 세균이 발견됐다.

인하대 생명과학과의 조장천 교수 연구진은 “소양호에서 발견한 담수 환경의 최다 세균이 숨을 쉬는 데 필요한 ‘헴(heme)’을 다른 생물에서 훔쳐 쓰는 것을 확인했다”고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난 23일 밝혔다.

헴은 생체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철 화합물로, 생물의 호흡에 필요한 단백질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인체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이 대표적인 헴 함유 단백질이다. 물속에서 독립생활을 하는 세균도 스스로 헴을 합성해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이번 연구에서 그 통념이 깨진 것이다.

연구진은 호수에 가장 많은 세균인 ‘플랑크토필라’의 유전체를 정밀 분석한 결과 헴을 합성하는 유전자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헴 합성 능력이 없는 세균에 헴을 제공하니 잘 자랐다”며 “다른 생명체가 합성한 헴에 무임승차하며 살아가는 생존의 비밀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세균 유전체 2만5000여 개를 정밀 조사해 실체를 모르는 ‘암흑 미생물’ 중 많은 미생물이 헴을 합성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냈다. 암흑 미생물은 자연계 미생물 중 99% 이상을 차지하는 미생물로 아직 배양되지 않은 미생물을 말한다. 조장천 교수는 “다른 미생물에 무임승차하는 얌체 세균의 진화 전략에 대한 이해가 암흑 미생물을 배양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