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불안정해지면 밑바닥 인생도 최고의 자리에 오를 기회가 생긴다. 개미 사회라면 단백질 하나만 바꾸면 되는 일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의 로베르토 보나시오 교수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셀’에 “인도점프개미(Harpegnathos saltator) 사회에서 여왕개미가 사라지는 혼란이 발생하면 Kr-h1이라는 단백질 하나가 일개미를 여왕으로 만든다”고 밝혔다.
인도점프개미는 이름 그대로 도약의 선수이다. 높이뛰기는 2㎝, 멀리뛰기는 10㎝까지 가능해 자신보다 두 배나 큰 먹이를 쓰러뜨린다. 인도점프개미도 다른 개미처럼 여왕개미와 일개미, 수개미로 구성된다. 일개미도 같은 암컷이지만 여왕개미만 알을 낳는다.
다른 개미와 다른 점은 여왕개미가 죽으면 같은 암컷인 일개미들의 경쟁으로 5~10마리의 임시 여왕을 선발한다는 것이다. 임시 여왕은 형제인 수컷과 짝짓기를 해서 알을 낳기 시작한다. 여기서 나온 자손 중에 날개를 갖춘 진짜 여왕개미가 자라나 굴 밖에서 다른 집단의 수컷과 짝짓기를 한다. 이 여왕이 죽으면 다시 일개미들의 임시 여왕 선발 경쟁이 벌어진다.
연구진은 개미의 운명을 바꾼 요인을 찾으려 뇌 신경세포를 분리해서 배양 접시에서 키웠다. 임시 여왕개미는 겉으로는 일개미와 차이가 없지만 내부가 달라진다. 난소가 5배로 커져 배 속을 가득 채우는 반면 뇌는 20~25% 줄어든다. 뇌로 가는 에너지를 난소로 돌리는 셈이다.
일개미와 임시 여왕 개미는 뇌에서 두 가지 호르몬 수치가 달랐다. 이 호르몬들이 개미의 뇌에서 계급에 따라 다른 유전자를 작동시켰다. 연구진은 호르몬들이 Kr-h1 단백질을 통해 뇌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
보나시오 교수는 “개미의 뇌에서 Kr-h1 단백질은 사회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유전자의 작동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가 여왕개미가 사라지는 격변이 발생하면 억제 단백질이 사라지면서 계급 이동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일개미에게서 이 단백질이 사라지면 생식 가능한 일개미의 유전자가 작동하면서 임시 여왕이 됐다. 반대로 임시 여왕에게서는 다시 일개미 유전자가 작동했다. 단백질 하나가 개미의 신분을 180도로 바꾸는 것이다.
연구진은 “사람을 포함해 동물의 뇌는 환경에 따라 구조와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며 “더 복잡한 뇌에서 이번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찾아내면 퇴화된 뇌의 변화 능력을 되살릴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이를테면 나이가 들어 늙은 뇌를 젊은 뇌로 바꾸는 식이다. 사람에게 회춘(回春)은 여왕이 되는 것만큼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