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가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물밑에서 보면 물개나 바다사자와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서핑 보드 위에 누워 헤엄을 치면 물개가 움직이는 것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호주 맥커리대의 네이선 하트 교수와 로라 라이언 박사 연구진은 지난 2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왕립학회 인터페이스 저널’에 “상어의 시각에 수면 위의 서퍼와 다른 해양 포유류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상어 시각으론 서퍼, 물개 구분 못해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상어는 백상아리다. 세계에서 가장 큰 포식성 물고기로, 암컷은 6m까지 자란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 ‘죠스’에 등장한 이후 사람들의 뇌리에 여름철 해안에서 사람을 공격하는 식인 상어로 각인됐다. 백상아리는 지난해 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연구진은 시드니의 타롱가 동물원의 아쿠아리움에서 수족관 밑에서 수면에서 헤엄치는 물개와 바다사자를 촬영했다. 동시에 수영을 하는 사람과 서핑보드 위에 누워 헤엄치는 사람도 찍었다. 연구진은 카메라를 고정한 채 영상을 찍는 한편, 백상아리가 이동하는 것처럼 카메라를 이동하면서 위를 촬영하기도 했다.
백상아리 중 주로 어린 개체가 사람을 공격한다. 연구진은 어린 백상아리의 시각으로 수중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분석했다. 백상아리는 세상을 파란색과 녹색으로 보며 사람보다 초당 인식하는 영상 수가 적다. 세밀한 부분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대신 뛰어난 후각과 물의 미세한 진동까지 감지하는 능력으로 먼 곳에 있는 먹잇감도 찾아낸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백상아리는 사람이 수영하거나 서핑 보드 위에서 움직이면 바다사자나 물개의 동작과 구분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수영하는 사람과 서핑보드 위의 사람은 겉모습도 다리와 지느러미를 움직이는 물개, 바다사자와 흡사했다. 결국 상어는 서퍼를 먹잇감으로 착각해 공격한다는 것이다.
상어의 공격은 흔한 일은 아니다. 미국 플로리다 박물관의 국제상어공격파일(ISAF)에 따르면 1958년 이래 전 세계에서 888건의 상어 공격 사례가 있었으며, 그 중 124건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고 한다. 백상아리 공격은 333건으로 가장 많았다.
로라 라이언 박사는 “백상아리는 식인 상어라는 이미지와 달리 먹잇감이라고 말해주는 시각을 따랐을 뿐”이라며 “상어가 왜 사람을 공격하는지 이해하면 상어나 다른 해양 생물에게 해를 주지 않고 진정시킬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다 최고의 포식자, 해저에서 먹이 찾아
백상아리가 일부러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다른 호주 과학자들의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호주 시드니대의 데이비드 로벤하이머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6월 국제 학술지 ‘첨단 해양과학’에 “호주 남동부 해안에 사는 백상아리의 먹잇감을 조사한 결과 바다의 최고 포식자가 예상보다 바다 밑바닥 근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호주 남동부 뉴사우스웨일즈주 연안에서 백상아리 40마리를 포획해 위 속 내용물을 조사했다. 백상아리의 위에서 나온 내용물은 호주연어, 민대구, 숭어, 놀래기처럼 중간 깊이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32.2%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바다 밑바닥에 사는 통구멍이나 혀가자미, 양태 등으로 17.4%를 차지했다.
역시 해저에 사는 노랑가오리나 전기가오리 등 가오리류도 14.9%를 차지했다. 결국 백상아리는 바다 밑바닥을 뒤져 먹이를 찾느라 영화에서처럼 물 위로 등지느러미를 보일 시간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시드니대 연구진은 백상아리가 일부러 인간을 사냥하러 찾아다니지 않는다면 이동 경로에 사람이 나타나지만 않으면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