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화성에 도착한 로버(이동형 탐사 로봇) ‘퍼서비어런스’가 충돌구의 암석이 오랫동안 물과 상호작용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보내왔다. 로버가 채취한 암석 시료를 지구에 가져와 분석하면 화성에서 생명체가 살았던 시기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캐티 스택 모건 박사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퍼서비어런스가 예제로 충돌구의 바닥에서 채집한 암석이 과거 용암이 흐를 때 생긴 화성암(火成巖)으로 해석됐다”고 밝혔다.
◇로버 채집한 암석은 물에 잠겼던 화산암
모건 박사는 퍼서비어런스와 헬기 ‘인저뉴어티’를 화성에 보낸 ‘마스 2020′ 프로젝트의 부책임자로, 이번에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미국지질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초기 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로버가 채집한 암석이 화산암이라면 정말 흥미로운 사실”이라며 “로버가 채집한 화산암 시료를 지구로 가져와 분석하면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화성에 도착한 퍼서비어런스는 40억년 전 호수였던 곳으로 추정되는 예제로 충돌구에서 암석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예제로 충돌구는 엄청난 양의 퇴적암과 화산암 퇴적물을 동시에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건 박사는 두 퇴적물은 화성의 지질학적 시간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예제로 충돌구는 38억년~36억년 전 강물이 흘러들어오는 호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에서 충돌구 암석의 연대를 정확하게 측정하면 과거 화성이 생명체가 살 수 있었던 시기를 알아낼 수 있다.
◇9월 충돌구 암석 드릴로 시추 성공
퍼서비어런스는 먼저 연마 도구로 충돌구 암석의 표면을 갈아내 구성 성분이 드러나게 했다. 그 결과 충돌구 바닥은 결정이 큰 조립질 화산암으로 구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표면에서 다양한 염류가 발견됐다. 이는 오랫동안 물이 충돌구 바닥과 상호작용을 했음을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로버는 2단계로 드릴로 암석 시료를 시추했다. 퍼서비어런스는 이번에 2m 길이의 로봇팔 끝에 달린 드릴로 암석에 구멍을 뚫어 시료를 채취했다. 시료는 연필보다 조금 굵은 정도다.
지난 8월 5일 첫 시추 작업은 허사로 돌아갔다. 로버가 동체 내부로 가져온 암석 시료를 탑재 카메라로 점검했더니 내부가 비어있었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는 로버가 암석을 시추할 때 시료가 가루로 부서져 흩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암석이 오랫동안 물과 상호작용하면서 시추 과정의 진동에도 가루가 될 정도로 약해진 상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퍼서비어런스는 지난 9월 좀 더 단단한 암석을 시추해 시료를 채집하는 데 성공했다. 로버는 화성의 흙과 돌 시료를 채취해 20g씩 원통 용기에 담을 예정이다. 로버는 암석 시료를 담은 용기 일부는 동체 안에 넣고 일부는 땅에 숨겨둔다. 미국과 유럽은 다음 화성 탐사선으로 이 원통들을 회수해 2030년대 지구로 가져오기로 했다.
모건 박사는 “충돌구 바닥의 암석은 당초 핵심 탐사 대상이 아니었지만 화성은 늘 자세히 보면 우리를 놀라게 한다”며 “충돌구 바닥 암석이 오랫동안 물과 상호작용을 했다면 그곳에도 과거 화성 미생물이 살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