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SF) 만화에서 사람을 닮은 로봇은 두 발로 걷다가 낭떠러지를 만나면 하늘로 날아오른다. 재미(在美) 한국인 과학자가 어릴 때 본 만화영화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칼텍)의 정순조 교수 연구진은 6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두 발 로봇이 보행과 비행을 동시에 하면서 외줄과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로봇은 ‘드론을 내장한 다리(LEgs ONboARD drone)’란 뜻의 영문 약자로 레오나르도(LEONARDO)란 이름을 얻었다. 로봇은 두 팔에 드론처럼 회전날개를 장착하고 있다. 외줄이나 스케이트보드 위에서 자세가 흔들리면 회전날개를 돌려 잠시 공중 부양한다. 덕분에 어떤 지형에서도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로봇의 발은 앞쪽은 둥글고 뒤는 하이힐처럼 굽을 만들었다. 평평한 곳은 둥근 쪽의 발로 딛고 줄을 탈 때는 뒤쪽 굽을 줄에 건다. 정순조 교수는 “레오나르도는 두 발 로봇 최초로 외줄을 탔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새나 곤충이 땅에서는 다리로 걷다가 날개를 펴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로봇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정순조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만화에서 본 아톰처럼 보행과 비행이 모두 가능한 로봇을 개발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로봇이 사람이 가기 힘든 곳에서 작업을 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를테면 사람 대신 높은 곳에 매달린 고압선이나 교량을 점검할 수 있다. 기존 두 발 로봇은 그런 높은 곳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다. 드론도 고도가 높은 곳에 가면 바람이 불규칙해 비행이 어렵다. 레오나르도는 두 발을 바닥에 붙일 수 있어 바람을 더 잘 견딜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정 교수는 “이번 로봇은 보행과 비행을 동시에 한다는 점에서 화성 탐사용 헬리콥터나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같은 수직 이착륙 비행기의 이착륙 장치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의 스테파노 민체프 교수는 이날 같은 저널에 실린 논평 논문에서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설계와 첨단 유연 소재, 인공지능을 결합해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다기능 로봇의 새로운 세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