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송윤혜

영국 정부에서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는 지난달 27일 ‘우주 기반 태양광 발전(Space based solar power)’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보고서에서 “우주 태양광 발전이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경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며 “2050년 ‘넷 제로(Net Zero·탄소배출량 0)’ 달성에도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우주 태양광 발전소는 태양전지판이 달린 위성을 우주에 띄워 전기를 생산해 지구로 보내는 발전소다. 사업을 맡은 영국 우주국은 2039년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지구 궤도에 띄워 전기를 생산·공급할 계획이다. 무게 2000t, 길이 1.6㎞에 달하는 우주 태양광 발전소에서 2GW(기가와트)의 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 2기에 해당하는 전력량이다.

우주 선진국들이 우주 태양광 발전에 도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지상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고 있지만 한계가 드러나자 우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지상 태양광 발전소가 필요로 하는 광활한 부지 확보가 어렵고 산림 훼손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흐린 날엔 발전을 못 하고, 쌓이는 먼지 때문에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미국·중국·유럽은 원전 수준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우주에 띄울 계획을 밝히고, 이를 위한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2030년대부터 우주 공간에서 실증이 시작돼 2050년에는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지상보다 10배 이상 고효율

우주 태양광 발전 개념은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1941년 작 소설 ‘리즌(reason)’에 처음 등장한다. 태양빛이 쏟아지는 우주에서 전기를 만들어 무선으로 지구로 보내는 방식이다. 이상화 한국전기연구원 전기환경연구센터 박사는 “우주에선 밤낮 없어 온종일 태양빛을 받고 날씨에도 영향을 받지 않으며 패널에 먼지가 쌓일 걱정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1㎡ 태양전지 기준 발전량은 지상에선 0.4kW(킬로와트)이지만, 지구 3만6000㎞ 상공의 정지궤도에선 1.36kW로 올라간다. 전문가들은 우주 태양광이 지상보다 10~20배 정도 효율이 높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문제는 거대한 태양광 발전소를 우주에 띄우는 막대한 비용이었다. 영국 BBC는 “대형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부품을 여러 차례 보내 우주에서 조립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같은 민간 우주 기업이 재사용 로켓을 개발해 발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감소하면서, 우주 태양광 개발은 공상이 아닌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가 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발사 비용은 지난 10년 동안 2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1㎏당 1만~2만달러인 로켓 발사 비용이 1㎏당 600달러 정도 수준까지 낮아지면 우주 태양광이 원전보다 저렴할 것이라고 본다.

◇우주 태양광 개발 각국 경쟁

발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각국의 우주 태양광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중국은 10년 내 우주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지상 설비 건설을 마무리하고 2030년 1㎿(메가와트) 발전 용량의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쏘는 것이 목표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보도했다. 이후 2049년까지 1GW로 발전 용량을 늘릴 계획이다. 한국도 항우연이 가로, 세로가 각각 2㎞, 6㎞인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개념 설계했다. 무게 1만t에 이르는 이 발전소의 용량은 2GW를 목표로 한다.

우주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다음 단계는 송전이다. 전선이 없는 우주에선 전기를 레이저나 전자기파인 마이크로파로 바꿔 지구로 전송한다. 이 분야에선 미국과 일본이 앞서 나가고 있다. 미 해군은 태양광 발전 장치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마이크로파로 바꾸는 실험을 수행했고, 미 캘리포니아공대는 2023년 전기를 마이크로파로 변환해 전송하는 테스트를 실제 우주에서 수행할 계획이다. 일본도 2015년 무선으로 1.8kW 전력을 마이크로파로 55m 떨어진 안테나에 보내는 실험에 성공했다.

최준민 항우연 미래혁신연구센터 박사는 “우주 태양광 발전소는 기후 온난화와 미세 먼지, 방사성물질 폐기장 문제 등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다”며 “아직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현재 화력·원자력 발전소처럼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기저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