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기가 갑작스런 비로 중단되는 일이 잦다. 선수와 관중 모두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지만 비가 언제 그칠지 아무도 답을 주지 못한다. 이제는 인공지능(AI)에게 물으면 된다. AI가 90분 뒤 경기장에 비가 내릴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 자회사인 영국 딥마인드는 29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영국 기상청과 함께 2시간 이내 강우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AI 예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딥마인드는 2016년 이세돌9단을 이긴 바둑 AI ‘알파고’를 개발한 회사다.
딥마인드가 개발한 시스템은 2시간 이내 단기간 기상을 예측하는 ‘현재예보(nowcast)’ 모델이다. 야외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이나 홍수 관리, 항공 산업은 중장기 기상예보보다 이런 현재예보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딥마인드 연구진은 AI 신경네트워크에 2016~2018년 기상 레이더 영상 정보를 학습시켰다. 최근 레이더 영상은 5분마다 1㎞ 해상도로 제공될 정도로 발전해 AI 학습 데이터로 안성맞춤으로 평가됐다. AI는 레이더 영상에 대한 심층 학습을 통해 스스로 강우 패턴을 터득하고, 다음 레이더 영상이 어떤 형태가 될지 예측했다. 이는 영화를 보고 다음 장면을 예측해 만드는 작업과 비슷했다.
연구진은 AI에게 2019년 레이더 영상을 주고 가로세로 1㎞ 지역에 대해 90분 뒤 비가 얼마나 내릴지 현재예보를 하게 했다. 기상청의 기상예보관 50명이 기존 수치예보 모델과 다른 AI 예보 모델, 그리고 딥마인드의 현재예보 모델이 예측한 결과를 판정한 결과, 예보 실험의 89%에서 딥마인드의 예보가 가장 정확하다고 꼽혔다.
딥마인드의 수만 라부리 박사는 “물리 방적식을 푸는 방식인 현재의 수치예보 모델은 6시간에서 2주 뒤 기상예보에는 아주 뛰어나지만 2시간 이내 단기 예측에는 취약하다”고 말했다. 영국 기상청은 “이번 연구는 AI가 단기 기상예보 능력을 발전시키고 기후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이해하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딥마인드는 앞으로 장기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드문 기상 이변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제 기상예보에 사람이 필요 없게 될까. 딥마인드는 AI 예보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라부리 박사는 “인공지능의 예측이 합리적인지 확인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찾는 일에는 인간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