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 산맥에 사는 라마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물리칠 항체를 제공했다. 라마 항체는 제조가 쉽고 환자가 직접 코로 흡입할 수 있어 상용화되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레딩대의 로절린 프랭클린연구소의 제임스 네이스미스 교수 연구진은 “라마에서 추출한 소형 항체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치료할 수 있음을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고 22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했다.
◇초소형 항체 3개씩 연결, 효능 높여
연구진이 라마에 주목한 것은 면역 단백질인 항체의 크기다. 라마 항체는 길이가 인간 항체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무게는 10분의 1에 그친다. 이 항체는 크기가 작다고 나노항체(nanobody)로 불린다.
항체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결합하는 부분인 스파이크에 달라붙어 인체 감염을 차단한다. 이른바 중화(中和) 항체다. 중화 항체가 결합된 바이러스는 다른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아 파괴된다.
백신은 바이러스 자체나 그 일부를 약하게 경험해 인체가 중화 항체를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원리이고, 항체 치료제는 인위적으로 중화 항체를 인체에 투입해 경증 코로나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는다.
네이스미스 교수 연구진은 ‘피피(Fifi)’라는 이름의 라마에게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주입했다. 라마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지만 바이러스에 결합하는 나노항체를 생산했다.
연구진은 라마의 나노항체 중 코로나 바이러스에 결합하는 4가지를 선별했다. 이들을 세 개씩 연결하자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결합력이 더 세졌다. 연구진은 세포 배양을 통해 나노항체를 대량생산했다.
나노항체들이 결합된 사슬은 세포실험에서 처음 출현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물론, 영국에서 나온 알파 변이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발(發) 베타 변이 바이러스도 중화시켰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코로나에 걸린 햄스터에게 나노항체 사슬을 투여하자 7일 만에 회복되고 바이러스량도 크게 줄었다.
◇알파, 베타 변이 바이러스도 차단해
영국 공중보건국은 이번 연구에 대해 “코로나 치료와 예방에 모두 상당한 잠재력이 있다”며 “코로나 바이러스 중화제로는 지금까지 시험한 것 중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라마의 나노항체는 생물 배양 방식으로 대량 생산하기도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고 밝혔다. 특히 나노항체는 크기가 작아 환자가 집에서 바로 호흡기에 분무할 수 있다. 호흡기에 감염되는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에 안성맞춤이다. 기존 항체 치료제는 병원에서 정맥주사로 한 시간 이상 투여 받아야 한다.
네이스미스 교수는 “백신이 코로나 예방에 효과적이지만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같은 속도로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아니고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을 피해 갈 위험도 남아 있다”며 “나노항체가 사용 허가를 받으면 기존 항체치료제보다 생산이 더 쉽고 냉장보관도 필요 없어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중요한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맨체스터대의 시나 크뤽생크 교수는 BBC에 “아주 고무적인 성과이나 상용화를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그는 “임상시험을 하려면 안전성과 효능을 보여줄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며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코로나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저렴하고 투여가 쉬운 새로운 치료법이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레딩대는 리버풀대, 옥스퍼드대, 공중보건국과 함께 인체 대상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