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사고로 윗부리를 잃은 앵무새 브루스./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자연에서도 이 말이 통했다. 뉴질랜드에 사는 한 앵무새가 부러진 윗부리를 자갈로 대신하는 모습이 발견된 것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의 알렉스 테일러 교수와 박사과정의 아말리아 바스토스 연구원은 지난 10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케아 앵무새인 브루스가 부러진 윗부리 대신 자갈을 이용해 털을 정돈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도구로 장애 극복하는 케아 앵무새 브루스. 윗부리가 없는 앵무새가 혀와 아랫부리로 자갈을 물고 몸단장을 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은 개미에서 원숭이까지 많이 발견됐지만, 장애를 가진 동물이 주변 물건을 마치 의수(義手)나 의족(義足)처럼 사용하는 모습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어릴 때 사고로 윗부리를 잃은 앵무새 브루스가 혀와 아랫부리로 다양한 물건을 물고 있는 모습./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케아는 뉴질랜드에 사는 유일한 앵무새이다. 브루스는 아홉 살 정도 나이다. 연구진이 자연에서 어린 브루스를 발견했을 때 이미 윗부리가 없는 상태였다. 아마도 쥐나 다른 외래 침입종을 잡으려고 설치한 덫에 부리를 잃은 것으로 추정됐다.

케아 앵무새에게 윗부리가 없는 것은 심각한 장애이다. 앵무새는 길게 휘어진 윗부리로 깃털을 다듬으면서 기생충이나 오물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브루스는 스스로 답을 찾아냈다. 주변에 있는 작은 돌을 혀와 아랫부리로 물고는 마치 빗질하듯 깃털을 다듬은 것이다.

케아 앵무새는 길게 휘어진 윗부리로 몸단장을 하면서 기생충과 오물을 없앤다./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연구진은 브루스가 우연히 돌을 물은 것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계속 관찰했다. 브루스가 돌을 물고 깃털을 다듬는 행동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실수로 돌을 떨어뜨리면 다시 물고 몸단장을 했다.

또한 몸단장할 때마다 늘 같은 크기의 돌을 물었으며, 다른 시간에는 돌을 물지 않았다. 브루스가 돌을 물었을 때 10번 중 9번은 몸단장을 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다른 케아 앵무새들은 몸단장에 돌을 쓰지 않았다.

바스토스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브루스는 다른 앵무새보다 복잡한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종종 연구진에게 왜 브루스에게 인공 부리를 만들어주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바스토스 연구원은 “브루스는 그런 게 필요 없었다”며 “그가 직접 찾은 도구로 충분했다”고 밝혔다.

앵무새 브루스가 윗부리 대신 몸단장에 쓴 자갈들. 거의 같은 크기였다./뉴질랜드 오클랜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