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의수·의족

미 해병대 출신의 클라우디아 미첼(여·41)씨는 2004년 오토바이 사고로 왼쪽 팔을 잃었다. 최근 그는 평생 못 쓸 줄 알았던 왼쪽 팔을 다시 얻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팔 덕분이다. 미첼은 로봇팔을 착용하고 과일 자르기, 스마트폰 사용, 가방 들기 등 일상의 활동을 능숙히 해냈다. 로봇팔은 미첼이 마치 자신의 팔처럼 감각과 움직임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줬다.

손발을 잃은 사람을 돕는 의수와 의족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물건을 잘 집거나 보행을 도와주는 수준을 넘어서 촉각까지 구현하고 있다. 실제 사람이 느끼는 것처럼 만들어 진짜 팔과 다리가 되는 것이다. 이 기술들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처럼 촉각 느끼는 인공 피부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폴 마라스코 교수 연구진은 “절단 환자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고 느낄 수 있는 로봇팔을 개발했다”라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1일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팔은 착용자의 신경과 연결된다. 착용자가 움직이려고 생각하면 신경 신호가 로봇팔에 전달되고, 로봇팔의 센서는 주변 환경의 정보를 신경을 통해 다시 뇌로 보낸다. 촉각을 느낄 수 있는 신경과 근육의 운동 신경을 자극해 착용자가 실제 손과 팔이 움직이고 느끼는 것처럼 도와주는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로봇팔을 직관적으로 제어할 수 있고, 촉각과 움직임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음을 확인했다. 뇌와 로봇팔의 양방향 통신을 통해 착용자들은 비장애인과 유사한 수준의 정확도로 여러 작업을 수행했다.

손이 없어도 한쪽 손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고 손가락이 없어도 손가락이 물건을 만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마라스코 교수는 “로봇팔 착용자의 감각과 두뇌를 속여서 의수를 실제 사람의 손으로 생각하도록 했다”라며 “이번 연구는 팔이 절단된 환자들에게 자연적인 팔 기능을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사람의 촉각을 구현할 인공 피부도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성준 교수팀은 사람의 피부를 모사한 인공 피부를 개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지난 6월 발표했다. 사람은 압력⋅진동 등 다양한 정보를 조합해 촉각을 감지한다. 특히 감각과 신경을 연결하는 것이 과학적 난제였다. 이 때문에 인공 감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먼저 연구진은 피부 내 압력과 진동을 감지하는 수용기를 모사한 센서를 만들었다. 다양한 자극을 감지하는 것이다. 이후 쥐의 신경세포를 채취해 다양한 압력과 진동을 줘 신경에서 나오는 신호를 측정했다. 측정값은 일종의 공식으로 만들어 인공 피부에 적용했다.

인공 피부에서 나온 전기 신호가 몸에 전달되면 촉각을 느낄 수 있다. 연구진은 감각 시스템이 20여 종의 직물과 접촉한 결과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이를 통해 직물의 질감을 99% 이상 분류하는 데 성공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앞으로 더욱 현실적인 감각 구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면 상태 파악해 균형 유지

로봇팔뿐 아니라 로봇다리도 점점 인간에 가까워지고 있다. 홍콩과기대 연구진은 “촉각 기능을 갖춘 로봇 다리를 개발했다”고 지난 4월 밝혔다. 휴머노이드 같은 2족 보행 로봇은 균형을 유지하면서 빠르게 움직이기 쉽지 않다. 연구진은 촉각을 더해 로봇의 안전성을 높였다.

연구진은 로봇다리 발 아래에 부드러운 인공 피부를 부착했다. 피부 바로 위에는 카메라를 설치했다. 발이 지면에 닿으면 부드러운 피부가 변형되고 이를 카메라가 포착한다. 발과 지면의 접촉각, 다리의 기울기 등으로 지면의 상태를 파악했다. 시각으로 촉각을 보완한 것이다. 구안란 장 연구원은 “촉각은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번 로봇다리는 시각을 통해 촉각을 감지한다”고 말했다.

로봇다리는 기존 센서보다 지면에 대해 훨씬 풍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실험 결과 로봇다리는 이전보다 균형과 안정성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로봇다리는 미끄러짐이나 충돌 같은 정보도 촉각으로 감지하고 예측할 수 있다. 연구진은 다양한 지면에서도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