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사는 선인장. 국내 연구진이 선인장이 기공을 여닫아 열을 조절하는 원리를 모방해 기온 변화에 따라 건물 외벽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기술을 개발했다. /Pixabay

선인장이 숨구멍으로 열을 조절하듯 기온 변화에 따라 건물이 창호나 외벽을 스스로 여닫을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연구가 발전하면 건물 냉난방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아주대 건축학과 이황 교수 연구진이 스마트 소재와 4D 프린팅을 이용해 기온 변화에 감응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건축외피(차양) 모듈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건축공학 저널’에 실렸다.

4D 프린팅은 입체를 찍어내는 3D프린팅에 시간차원을 추가한 개념으로, 시간에 따라 변형이 가능한 소재를 프린팅하는 기술을 말한다.

선인장의 기공(왼쪽 위 사진) 개폐를 모방한 건물 차양의 변화. 더우면 외벽이 닫히고 시원해지면 열린다./아주대

◇형상기억 복합재로 차양 형태 바꿔

선인장은 빛과 습도에 따라 숨구멍인 기공(氣孔)을 여닫아 가혹한 사막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연구진은 모터 대신 온도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형상기억소재를 이용해 선인장의 기공 개폐 작용을 모방했다.

연구진은 니켈 티타늄 소재의 형상기억 합금과 형상기억 고분자를 결합했다. 기온이 많이 올라가면 형상기억 합금이 수축하면서 차양을 닫아 햇빛을 가린다. 기온이 내려가면 이번에는 형상기억 고분자가 휘어지면서 차양이 열린다.

선인장의 기공 개폐를 모방한 건물 차양의 변화. 더우면 외벽이 닫히고 시원해지면 열린다./아주대

이황 교수는 “형상기억 소재는 한번 변형되면 다시 원래 형태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두 가지 형상기억 소재를 사용해 양방향 형태변화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20분의 1로 축소한 건물 구조를 만들어 형상기억 복합재가 기온 변화에 따라 외벽을 여닫을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건물의 냉난방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비산업부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황 교수는 “이번 기술을 건축에 적용하면 실내 냉방 부하를 줄여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저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같은 방법으로 기온 변화에 따라 태양전지판과 도로 차폐벽도 최적의 각도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