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새로 발견된 신종 식충식물 '트리안타 옥시덴탈리스'의 꽃. 줄기의 털에서 분비되는 액체에 곤충이 달라붙어 먹이가 된다./UBC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길가에 사는 흔한 꽃처럼 보이지만 20년 만에 새로 발견된 식충(食蟲)식물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신 그레이엄 교수 연구진은 지난 9일 국제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트리안타 옥시덴탈리스(Triantha occidentalis)가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임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밝혔다.

트리안타는 알래스카에서 캘리포니아주까지 북미 대륙 서부에 사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흰색 꽃이 피고 여름에 최대 80㎝까지 곧게 자란다. 연구진은 트리안타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발견된 신종 식충식물이라고 밝혔다.

20년 만에 새로 발견된 신종 식충식물 '트리안타 옥시덴탈리스'. 줄기의 털에서 분비되는 액체에 곤충이 달라붙어 먹이가 된다./UBC

트리안타는 앞서 연구에서 다른 식충식물과 마찬가지로 광합성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식충식물일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초파리에게 질소 15 동위원소가 든 먹이를 먹였다. 자연 상태의 질소는 원자량이 14인데 이 동위원소는 그보다 중성자가 하나 더 있어 무게가 더 나간다. 만약 식물이 초파리를 흡수하면 자연 질소 15 동위원소도 늘어나야 한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연구진이 캐나다 산악지역의 늪지에 초파리를 풀었더니 2주 뒤 트리안타의 잎과 줄기, 열매에서 질소 15 동위원소가 나왔다. 식충을 하지 않는 근처 식물에서는 질소 15 동위원소가 검출되지 않았다. 트리안타에서 검출된 질소의 절반은 초파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충식물은 곤충에서 영양성분인 인을 뽑아낼 때 인산 가수 분해 효소를 쓰는데, 트리안타에도 이 효소가 있었다.

20년 만에 새로 발견된 신종 식충식물 '트리안타 옥시덴탈리스'. 줄기의 털에서 분비되는 액체에 곤충이 달라붙어 먹이가 된다./UBC

식충식물은 대부분 꽃에서 멀리 떨어진 잎이 곤충을 잡는 덫이 된다. 꽃과 덫을 분리해야 꽃가루받이를 하는 곤충이 피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파리지옥은 벌레가 닿으면 잎을 닫고 벌레잡이통풀은 통발 모양 잎에 벌레를 가둔다.

반면 트리안타는 꽃이 달린 줄기가 덫이 된다. 줄기에 난 털에서 분비되는 끈적끈적한 붉은 액체에 모기나 각다귀 같은 작은 곤충이 달라붙는다. 연구진은 덫이 꽃에 가까워도 크기가 워낙 작아 꽃가루받이를 하는 꿀벌이나 나비에는 해를 주지 않는다고 추정했다. 공동 연구진인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의 톰 기브니시 교수는 “털이 분비하는 액체의 점도는 각다귀 같은 작은 곤충만 잡을 정도로 약하다”며 “트리안타는 식충 활동과 꽃가루받이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식충식물은 늘 곤충 사냥을 하지만, 트리안타는 꽃이 필 때만 식충 활동을 하는 점도 다르다. 또 트리안타는 흔치 않은 외떡잎 식충식물이기도 하다. 외떡잎식물은 잎이 가늘고 잎맥이 나란히 나있어 곤충을 잡는 덫이 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