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과거처럼 백신 접종을 금지하면 코로나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탈레반은 과거 점령지에서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막아 지금도 아프간에서는 소아마비가 박멸되지 않고 있다.
개발도상국 과학 언론인 네트워크인 사이데브넷(SciDev.Net)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세계보건기구(WHO)와 의료 전문가들은 백신을 반대하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코로나19가 통제되지 않고 급속히 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WHO에 따르면 지난 1월 3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코로나 확진자 15만2411명이 발생했으며 이중 7047명이 사망했다. WHO는 19일(현지 시각) 발간한 ‘아프간 긴급상황 보고서’에서 “지난 두 달 사이 아프간에서 피란민 약 30만 명이 추가로 발생했다”며 “수도 카불 등 대도시의 피란지에서 설사, 영양실조, 코로나19 유사 증상, 생식기계 합병증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WHO에 따르면 아프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채 5%가 되지 않는다. 인구 4000만 명의 아프간에서 지난 14일까지 187만2268명분의 코로나 백신이 접종됐다. 이는 집단 면역에 필요한 인구 70% 접종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WHO는 “분쟁은 아프간 전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규적인 예방 접종 역시 지연돼 제2의 보건 비상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과거 점령지에서 아동에 대한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금지시켜 국제 의료 단체들의 비난을 받았다. 탈레반은 국제 기구의 백신 접종은 이슬람 어린이들을 불임으로 만들기 위한 음모이며, 의료진이 서구와 아프간 정부의 스파이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아프간은 파키스탄과 함께 아직 소아마비가 퇴치되지 않은 국가로 남아있다. 지난 2000년 아프간에서 소아마비 바이러스 감염 환자 56명이 발생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 프로그램 역시 탈레반 집권으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국제연합(UN) 자문역으로 수년 간 아프간에서 활동한 샤히드 미잔은 사이데브넷에 “대부분 지역 지도자의 결정에 달려 있다”며 “예를 들어 아프간 동부의 파크티아 지역에서는 탈레반이 의료진에게 백신 접종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특히 탈레반의 백신 금지 조치는 아프간인들의 백신 불신 풍조와 맞물려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이란 테헤란 의대에 유학 중인 카불대 의대의 무사 조야 교수는 “대부분 아프간인들은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환자의 사망을 막을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그들은 바이러스에 자신들을 노출시킨 채 신의 뜻에 맡기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이데브넷은 아프간이 과거와 달리 국제적인 인정과 지원을 바라고 있어 백신 접종에 협력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1996~2001년 아프간을 장악했을 때는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만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