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백신 개발 회사 모더나의 주가는 전날보다 15% 폭락한 385.3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장 중 49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애널리스트 제프 미샴이 모더나의 주가가 “비현실적으로 평가됐다”라고 분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이다. 미샴은 11년밖에 안 된 회사가 100년이 넘은 제약사들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점을 지적하면서 목표 주가를 115달러로 대폭 낮췄다.

코로나 백신 상용화에 성공한 모더나를 두고 월가에서는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BOA처럼 모더나 주가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보는 시선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바이오 분야의 테슬라’로 보는 시선이다. 바이오테크인 모더나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대형 제약사인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주가와 실적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성장해온 모더나의 향후 성장 동력이 지속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모더나 주가 흐름, 모더나 최근 실적 그래프 /자료=모더나

◇고공행진하는 주가

2010년 설립된 모더나는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백신 개발에 성공한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은 모두 전통이 있는 대형 제약사다. 하지만 바이오테크인 모더나는 화이자에 앞서 세계 최초로 유전물질인 mRNA를 이용한 코로나 백신을 상용화화하는 데 성공했다.

백신 개발 성공으로 모더나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지난해 초 10~20달러대였던 주가는 올해 초 110달러대로 올랐고 올해에만 4배 가까이로 상승해 현재(13일 기준) 389.78달러다. 이 작은 기업의 시가총액은 1573억달러로 암젠(1304억달러), GSK(750억달러) 등 오랜 역사의 제약사 시가총액을 뛰어넘었다. 최근에는 미국 주요 대형주의 지수인 S&P 500 지수에도 편입됐다.

월가에서는 회사 덩치가 거대해지자 주가가 제대로 평가됐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이 잦아들면 지금과 같은 높은 주가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본다. 반면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모더나의 능력에 대해 낙관하며 목표 주가를 425달러로 설정했다. 미 보건 당국이 부스터샷 추가 접종을 권고했고, 앞으로도 많은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적 상승 유지가 관건

사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모더나는 기술도 입증하지 못했고 수익도 못 내는 회사였다. 화이자와 달리 물량 공급 문제가 생긴 것도 작은 규모의 회사라 자체 생산 시설을 못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모더나의 실적은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 말 코로나 백신 개발을 마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급에 나서면서다. 2019년에는 매출이 6021만 달러, 지난해에는 8억3339만달러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60억달러(약 7조원)를 넘어섰다. 올해 10억도스의 백신을 공급해 19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투자 업계는 전망한다. 매출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 1분기에 회사 창업 10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현재 매출의 90% 이상이 코로나 백신에서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실적 상승세를 얼마나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한다. mRNA는 이번 코로나 사태에 입증된 유망한 기술이지만 모더나는 코로나 백신 외 아직 상용화한 제품이 없다. 모더나는 코로나 외에도 10개의 백신을 개발 중인데, 암이나 희소질환, 독감, HIV(면역결핍 바이러스) 백신 등이다. 하지만 이 질환에 대한 제품 개발이 쉽지 않고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도 100% 보장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결국 코로나 외에 다른 백신을 얼마나 빨리 성공시킬 수 있을지에 모더나의 미래가 달렸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