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9000만년 전 화석의 현미경 사진. 오늘날 해면의 골격을 이루는 단백질 그물 구조와 유사한 형태가 확인됐다./네이처

캐나다에서 8억9000만년 전에 살았던 해면의 화석이 발견됐다. 실제 해면이라면 지금까지 발견된 동물 화석보다 무려 3억5000만년이나 앞서는 가장 오래된 동물 화석이 되지만 다른 과학자들은 광물 결정이나 미생물의 흔적일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캐나다 로렌티안대의 엘리자베스 터너 교수 연구진은 28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캐나다 북서부 산악지역에서 발굴한 8억9000만년 전 산호 화석에서 오늘날 해면의 골격을 이루는 단백질 그물 구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터너 교수는 캐나다 북서부 맥킨지 산맥에서 발굴한 산호 화석을 머리카락 굵기의 박막으로 잘라 현미경으로 관찰했더니 오늘날 해면처럼 스폰진이라는 콜라겐 단백질이 그물처럼 이어진 형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8억9000만년 전 암석에 나타난 그물 형태(왼쪽)는 오늘날 해면의 골격을 이루는 단백질 그물 구조(오른쪽)와 유사하다. 캐나다 연구진은 고대 해면의 콜라겐 골격이 만든 화석이라고 주장했다./네이처

◇”컴퓨터 칩을 14세기 수도원에서 찾은 셈”

영어로 스펀지라고 부르는 해면은 바다 바닥이나 다른 동물의 표면에 붙어 자라고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식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지만 다세포 동물이다. 해면은 바닷물을 여과해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터너 교수는 “내가 맞는다면 동물은 지금까지 알려진 동물 화석보다 훨씬 오래 전에 출현했다”며 “이는 잘 보존되지 않았을 뿐이지 동물에게 더 오래된 역사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절지동물, 연체동물 등 대부분 동물은 최초의 화석이 캄브리아 생물대폭발로 불리는 5억4100만년 전에 나온다. 이 때 짧은 기간 동안 생물 종이 급증했다. 이번 화석은 그보다 3억5000만년 전에 이미 동물이 지구에 존재했다는 의미다.

스웨덴 웁살라대의 그레이엄 버드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에 “그동안 아무런 화석 증거가 없던 수억 년의 시간을 (동물 진화사에) 끼워 넣자고 애기하는 것”이라며 “마치 컴퓨터 칩을 14세기 수도원에서 발견한 것과 같은 굉장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해면은 움직이지 않아 식물로 오인되지만 다세포동물이다. 일부 해면은 욕실용 스펀지를 만들기 위해 양식된다./위키미디어

◇미생물 흔적이나 광물 결정이란 반박도

하지만 다른 과학자들은 터너 교수의 논문이 확실한 증거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영국 에든버러대의 레이첼 우드 교수는 이날 네이처에 “터너 교수의 주장은 다른 가능성을 모두 지워야 가능하다”며 “미생물도 이번에 발견된 것과 같은 이상한 형태를 만들 수 있으며 때로는 결정도 생명체와 비슷한 형태를 만든다”고 비판했다.

스위스 로잔대의 조너선 앤트클리프 교수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단지 미생물이 움직인 흔적일 수 있다”며 “고대 해면의 흔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증거가 너무 부족하다”고 밝혔다.

터너 교수는 이에 대해 8억9000만년 전에 산호초를 만든 고세균이나 조류(藻類) 중 어떤 것도 이번처럼 복잡한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해면 화석이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 화석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전에도 나미비아와 러시아, 호주, 중국, 캐나다, 우크라이나 등에서 해면과 유사한 화석들이 발견됐지만 확증된 사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