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물리학의 표준모형 정립에 기여한 공로로 197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스티븐 와인버그 텍사스대 교수./노벨재단

만물을 설명하는 현대물리학의 표준모형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미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 텍사스대 교수가 23일(현지 시각) 8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텍사스대는 와인버그 교수가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대학 대변인은 와인버그 교수가 몇 주간 이 병원에 입원했지만 어떤 병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193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와인버그 교수는 코넬대를 졸업하고 프린스턴대에서 이론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매사추세츠 공대(MIT)와 하버드대 교수를 거쳐 1983년부터 줄곧 텍사스대에서 교수로 일했다.

물리학의 표준모형에 따르면 우주에는 12개 기본 입자가 있으며, 이들은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그리고 만유인력(중력)을 통해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 와인버그 교수는 1967년 4가지 힘 중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통합할 수 있는 이론을 처음 제시해 표준모형 정립에 기여했다. 그는 이 공로로 1979년 압두스 살람, 셸던 리 글래쇼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특히 와이번그 교수는 1964년 영국 에든버러대의 피터 힉스 교수가 다른 기본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입자를 제안하자 살람, 글래쇼와 함께 이를 표준모형에 적용했다. 2012년 우주 만물을 탄생시킨 ‘신(神)의 입자’로 불린 힉스가 실제로 발견되면서 표준모형에 남은 마지막 퍼즐 조각이 채워졌다.

암흑물질 연구를 같이 한 와인버그 교수와 고 이휘소 박사./사이언스북스

와인버그 교수는 한국 출신의 저명한 물리학자로 42세의 나이에 미국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이휘소 박사와도 인연이 깊다. 이 박사는 1972년 힉스 교수가 제안한 가상의 입자에 ‘힉스 보존(boson·매개입자)’이란 이름을 붙인 장본인이다. 와인버그 교수는 1977년 이휘소 박사와 암흑물질 후보 ‘윔프’를 제안하는 논문도 함께 썼는데, 이 논문은 이 박사가 불의의 사고로 숨지고 한 달 뒤에야 출판됐다. 와인버그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뒤 이 박사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와인버그 교수는 물리학과 우주, 과학사에 관한 지식과 통찰을 교양서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널리 알린 대중적인 지식인이기도 했다. 우주론의 고전으로 꼽히는 ‘최초의 3분’을 비롯해 ‘스티븐 와인버그의 세상을 설명하는 과학’, ‘최종 이론의 꿈’, ‘제3의 생각’ 등의 저서들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제이 하트젤 텍사스대 총장은 이날 “와인버그 교수는 수백만명에게 우주의 신비를 풀어주고 인류의 자연에 대한 이해와 세계관을 풍부하게 했다”고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