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과학자들이 수컷 쥐를 거세하고 암컷과 몸통을 연결시켰다. 이후 수컷에게 자궁과 수정란을 이식해 출산까지 시켰다. 과학계는 과학적 의미가 없는 동물 학대라고 비판하고 있다./네이처

중국 과학자들이 수컷 쥐의 몸통을 암컷과 연결한 뒤 임신과 출산을 유도한 실험을 두고 과학계의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앞서 유전자 편집 아기 사례처럼 중국 과학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중국 해군 의대의 리우 유후안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16일 생명과학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암수 쥐의 조직을 봉합하고 수컷에게 자궁을 이식해 새끼를 출산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포유류 수컷의 임신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려준 실험이라고 주장했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아무런 과학적 의미 없이 동물을 학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암수 몸통 연결하고 수컷 임신, 출산 유도

자연에서 수컷이 자손을 낳는 일은 극히 드물다. 해마와 실고기 같은 일부 어류에서 관찰된다. 해군 의대 연구진은 포유류에서도 수컷이 임신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에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국 연구진은 수컷 쥐를 거세한 뒤 암컷과 몸통을 연결했다. 이후 수컷에게 자궁과 수정란을 이식해 임신과 출산을 유도했다./중국 해군 의대

연구진은 먼저 수컷 쥐를 거세한 다음 암컷과 팔꿈치, 무릎, 피부를 수술용 실로 봉합해 연결했다. 두 쥐는 혈관이 연결돼 혈액을 공유했다. 두 동물의 몸을 연결하는 병체((竝體, parabiosis) 수술은 수혈(輸血) 효과를 알아보는 연구에 쓰이는 방법이다. 실제로 최근 젊은 쥐와 몸통이 연결된 늙은 쥐가 젊은 피를 받고 회춘(回春)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병체 수술 8주 후 연구진은 수컷 쥐에게 자궁을 이식했다. 또 8주가 지난 뒤 암수 쥐 모두에게 수정란을 이식했다. 임신 3주 후 연구진은 제왕절개 수술로 새끼를 출산시켰다. 이번 실험에서 수컷이 출산하고 나중에 어른 쥐로 자란 것은 이식한 수정란 280개 중 4%인 10마리였다.

연구진은 태아가 없는 암컷과 연결된 수컷은 임신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임신한 암컷의 혈액 공급이 수컷의 임신과 출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수컷이 낳은 쥐들은 3개월 뒤에 안락사 시켰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암수 동물의 몸통을 연결하는 수술은 수혈의 회춘 효과를 알아보는 데 쓰인다. 최근 젊은 쥐의 혈액이 늙은 쥐의 근육과 털을 늘리고 혈액과 줄기세포를 증가시키는 등 전반적인 회춘 효과를 냈다는 연구가 잇따랐다./사이언스

◇”중국 과학 이미지 잇따라 실추” 우려

과학계는 아무런 의미 없이 동물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실험을 했다고 비판했다. 임신에서 여성의 내분비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라는 것이다.

호주 모나시대의 생명윤리학자인 캐서린 밀스 교수는 지난 9일 네이처지에 “연구를 위한 동물 모델이 아니라 단지 동물을 실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국 브루클린대의 생식 진화를 연구하는 토니 윌슨 교수도 지난달 과학매체 더사이언티스트에 “생식 연구와 관련이 있는 수컷의 임신 모델을 만들었다는 저자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동물실험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하는 데 그 점에서도 이번 연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생물학적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性)을 전환한 트랜스젠더가 자궁을 이식받아 출산을 시도할 수 있겠지만 그 경우에도 여성과 몸을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베이징 세허 의대의 생명윤리학자인 치우 렌종 석좌교수는 네이처에 “사회적 가치가 전혀 없는 실험이며 납세자의 돈을 낭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국 출신의 사회학자인 조이 장 영국 켄트대 교수는 “중국 과학자들은 이번처럼 논란을 유발하는 연구가 이미 손상된 중국 과학의 이미지를 더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를 출산시켰다고 밝힌 허젠쿠이 중국 남방과학기술대 교수./AP연합

중국 과학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실험은 2018년 허젠쿠이 중국 남방과학기술대학 교수가 유전자를 편집한 아기를 출생시킨 연구를 들 수 있다. 허 교수는 아기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에 감염되지 않도록 수정란 단계에서 유전자를 편집했다고 주장했지만 지능이나 외모를 마음대로 고르는 맞춤 아기를 부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당시 그는 위조된 윤리 심사 서류를 이용해 남성이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러 불임 부부를 모집한 뒤 수정란을 채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베이징 세허 의대의 장 시칭 교수는 네이처에 “수컷 쥐 임신 실험이 독립적인 윤리 위원회로부터 허가를 받았는지 확실치 않다”며 “만약 내가 심사했다면 이 실험을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발혔다.

◇“자연 법칙 위배” 인터넷 여론도 들끓어

수컷 쥐 임신 연구에 인터넷 여론도 들끓었다. 이번 연구가 뉴스로 알려지자 바이오아카이브에서 해당 논문이 4일 만에 3억3000만 번 조회됐다. 중국의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자연의 법칙을 위반한 것이다. 도대체 이런 연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는 내용의 댓글이 쏟아졌다.

조이 장 켄트대 교수는 “이상한 실험이 대중의 관심을 얻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을 가진 이른바 ‘홍보성 과학' 트렌드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나온다”며 “그런 연구는 과학을 진지하고 책임감 있는 학술 탐구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향태로 변질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비판이 잇따르자 한때 바이오아카이브 측에 논문 철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다시 이메일을 보내 철회 요청을 번복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장 롱지아 연구원은 네이처에 보낸 이메일에서 “논문이 공식 출판된 뒤에 외부의 비판에 답하겠다”고 밝혔다.